신년하례식과 시무식서
종정예하·총무원장 공히
“종단발전과 화합” 강조
사심 없는 마음으로
종도 一心·合心 해서
종단 위상 바로 세워야

 

“서설(瑞雪)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칠불과 일체중생이 일체가 돼 우리 종단의 앞길을 축복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월 8일 오전 전남 순천 태고총림 선암사 대웅전에서 봉행된 ‘불기 2565년 신축년 한국불교태고종 종정예하 배알 신년하례식’에서 지허 종정 예하가 하신 법어다. 전날 내린 눈〔雪〕에 빗대 우리 종단의 앞날을 축복한 법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4일 오전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3층 법륜사 대불보전에서 거행된 ‘총무원 신년하례법회 및 시무식’에서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올 한 해 동안 세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종무행정에 임하도록 하겠다”면서 “첫째, 더욱 화합하는 종단, 둘째, 더욱 소통하는 종단, 셋째, 더욱 친절하고 열린 종무행정을 펼쳐 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분 모두 공히 태고종단의 발전과 종도화합을 강조하며, 종단의 앞날을 기원하고 축복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단이 창종 되고 52년 동안 한 번도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지허 종정예하의 신년하례법회 말씀처럼 실제로 우리 종단은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그 가운데서도 지난 2년여 동안 우리 종단은 거듭된 분규와 수많은 내홍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다행히도 그런 바람은 2019년 6월 27일 호명 스님이 제27대 총무원장으로 당선돼 임기를 시작하면서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제20세 종정으로 지허 대종사가 추대되면서 종단의 기틀이 바로서기 시작했다. 이 모두가 다 제27대 총무원장 호명 스님을 비롯한 집행부와 종도들이 혼연일체로 합심하고 힘을 한 데로 모은 결과다.

그러나 종정예하의 신축년 신년하례식 법어와 총무원장의 신축년 시무식 인사말처럼 올 한 해 우리 종단이 큰 결심을 맺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매우 많다. 종정예하의 법어처럼 우선 “(법적 소송중인) 선암사가 대법원 판결을 얻어 우리 종단의 기초가 되고 중심이 되는 도량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종도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태고종의 총본산인 태고총림 선암사를 우리 종도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주겠는가. 다행히 지난해 12월 선암사 ‘전통야생차체험관 건물철거 소송’ 결과 대법원이 원고(조계종 선암사)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려 광주지방법원으로 사건을 되돌려 보냄으로써 현재 항소심에 계류중인 선암사 소유권 문제(1심에서 승소) 소송에 매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임기 3년차에 접어든 총무원장 호명 스님의 3대 종무행정 목표도 우리 종단의 안정과 발전을 (마음 깊이) 다짐하는 천명(闡明)이어서 종도들의 마음을 더욱 든든하게 하고 있다. ‘더욱 화합하는 종단’, ‘더욱 소통하는 종단’, ‘더욱 친절하고 열린 종무행정’을 펼쳐 나가겠다는 총무원장의 의지 표명은 이제 우리 종단의 바탕과 기본 틀이 어느 정도 다져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종도들의 일심(一心)과 합심(合心)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동안 우리 종단이 수없이 많은 분규와 내홍에 시달린 것도 바로 종단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종도들의 일심과 합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단이 더욱 발전하고 종도들이 더욱 화합하기 위해서는 총무원 집행부는 물론 중앙종회와 호법원 등 중앙3원을 비롯한 종도 모두가 사심 없는 마음으로 종단에 헌신하고, 자비희사(慈悲喜捨)하는 마음으로 화합해야 한다. 종단이 없으면 종도도 있을 수 없고, 종도가 없으면 종단 또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태고종이 한국불교 적통장자종단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고, 한국불교와 불자들을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正法〕과 바른 가르침을 실천으로 이끌어가는 모범 정통종단으로서의 위상을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소는 힘과 인내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근면성실과 풍요를 상징하기도 하고, 여유와 평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올 한 해 우리 종도와 불자는 물론 모든 국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큰 어려움 속에서도 소처럼 묵묵히, 한 발 한 발 소망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길 기원한다. 길(희망)은 멀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다. 각자의 마음속에 이미 그 길이 들어와, 그 길을 이미 잘 가고 있으리라 믿는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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