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삼라만상은 모두 생명체이다. 존재계·현상계는 모두가 한 덩어리 유기체로, 그 어떤 개체도 연기의 고리를 끊어내고 홀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세상에서 혼자 동떨어져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지리산 토굴에서 은둔하고 있는 수행자는 그 위치에 존재하는 것이지 세상 밖으로 떨어져 나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가족·사회·국가·인류·자연·태양계·성단·은하계 등이 하나의 우주 인드라망 그물코로 묶이고 얽혀 우주적 연기의 화엄법계를 이루고 있다. 이 온 우주법계 전체가 곧 법신이며 삼라만상의 모든 개체는 법신과 연결되어 있다. 단절되어 있는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절은 멸(滅)이다. 연기의 본질은 상호 의존적 과정이기 때문에, 연기(緣起)는 일체 존재가 그 자체의 자성(自性)을 가지지 않고 중연화합(衆緣和合)하여 생기(生起)함을 의미한다. 무자성(無自性)이므로 무아이고 무상이다. 유식(唯識)에서도 모든 존재(현상계)는 무자성의 가(假)이며, 연기적 성격을 띤 것들이 역시 무자성인 타(他)에 의거해 발생한다는 의미에서 진실은 의타기성(依他起性)이라고 한다.

따라서 죽음이라는 것도 인간의 육안으로 보면 사라지거나 현상계에서 이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형태를 바꾼 연결고리-연속선상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현대 물리학은 물질과 비물질도 본질에 있어서는 에너지나 파장의 존재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명확하지 않으며, 그 속성조차도 관계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모든 것은 관계에 의존해야만 그 존재성을 부여받는다. 색(色)은 빛의 파장과 시각에 의하여 구성되고, 음(音)은 공기의 진동과 청각의 관계에서 구성된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른바 나비효과 이론은 이미 잘 알려진 학설이다. 지구상 어디에선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날씨 현상으로 비약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으로 촘촘하게 얽힌 세계화 시대에서 나비효과는 더욱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현상 등도 디지털 정보화와 매스컴의 진보로 정보 흐름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지구촌 한구석의 작은 사건이 순식간에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놀라운 파워를 형성하는 것을 우리는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전 세계가 마치 한몸과 같다. 지구를 덮고 있는 코로나라는 괴질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나뭇잎 하나가 흔들리면 땅속의 실뿌리도 흔들린다.” 주릿재 고개 태백산맥문학비에 새겨진 구절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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