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해결할 것이라고, 한때 지나가는 일일 것이라고 가볍게 여기게 되는 일이 있다.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하지만 요즘은 지나친 긍정이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 될까 염려하게 되는 팬데믹(pandemic) 시대다. 며느리가 출산을 해도 얼른 가 볼 수 없고, 부모가 돌아가셔도 장례조차 제대로 치를 수 없는, 그야말로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사회적 활동까지 위축되고, 감염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위 사람들을 경계하게 되고, 외부활동을 못하면서 무력감에 빠지고 있다. 부부자식간일지라도 기침만 해도 의심부터 하고, 질환까지 이르지는 않았더라도 위축감과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발생하는 갈등 등 감정 변화가 나타난다. 이를 ‘코로나 트라우마’ 혹은 ‘코로나 블루’라 일컫는다. 문제는 이 증상이 일시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지속적인 불안이 우울증을 만들고,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과 같은 질병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 보통 위기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아예 팬데믹 시대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일찍이 동산(洞山) 선사는 “추울 때는 추위에 뛰어들고 더울 때는 더위에 뛰어들어라” 하셨다. 살다 보면 추운 날, 더운 날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류에 큰 변화가 예측될 만큼 팬데믹 시대는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그러므로 동산 선사의 말씀처럼 코로나 시대에는 코로나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어떤 용기로 코로나에 뛰어들어 살아날 것인가. 우선 팬데믹 시대에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길은 마음의 면역력 증강에 있다. 즉 스스로 마음을 챙기며, 마음근육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마음을 잘 챙긴 사람은 코로나 블루가 걸리지도 않지만 인생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지혜와 자비를 잘 갖춘 불자를 ‘상근기 불자’라고 하고, 좀 부족한 불자를 ‘하근기 불자’라고 한다. 지혜는 사는 이치와 우주의 진리를 넌지시나마 알아차리는 것을 말하고, 자비는 그 지혜를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상근기를 갖추면 팬데믹 시대가 두려울 수 없다. 그렇다면 마음의 면역력 증강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명상과 독서다. 요즘은 명상앱이 있어서 인터넷으로도 참선 지도나 명상 지도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명상만 할 수는 없다. 가장 쉬운 마음 면역력 증강 방법은 독서다. 독서는 지도를 따로 받을 필요도 없고, 홀로 할 수 있는 마음근육 운동이자 미래를 위한 준비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깨달음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불자들이 잘 아는 육조 혜능 스님도 『금강경』의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란 대목을 읽다가 한 깨달음을 얻었으며, 우리나라 보조 지눌 스님도 『육조단경』과 『서장(書狀)』이란 책을 읽고 깨달음을 얻으신 분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민 평균 독서량 순위가 세계 최하위국이다. 책을 구입하는데 쓴 비용이 가구당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불교인들의 독서량은 1년에 1권에도 못 미치는 0.6권 정도라고 한다. 기독교인들은 연간 약 12권 이상의 독서량을 보인다는 통계에 비교하면 매우 부끄러운 통계가 아닐 수 없다. 불자로서 불서(佛書)를 읽지 않는 건 학생이 책을 읽지 않고 공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이에게는 책을 읽으라 하면서 책을 읽지 않는 부모가 아닌지 반성해야 하고, 불자로서 기본적인 불서도 읽지 않는다면 더욱 부끄럽게 여겨야 할 일이다. 사람간의 거리를 두어야 하는 시대에 가장 외로움을 덜 수 있는 상대는 책이다. 독서는 말없이 누군가와 만나 대화하는 것이며, 그 대화를 통해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다. 또한 코로나가 지나간 후의 인생 설계를 새롭게 하는데 독서는 기본 바탕이 될 것이다. 어떤 책이든 읽자. 이왕이면 불서에서 팬데믹 시대를 극복하는 길을 찾고 상근기 불자가 되어보자.

-시인 ㆍ (사)한국문인협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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