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의현의 임종게

생사의 기로 따윈 괘념 안 해

임제 의현(臨濟義玄, ?∼867)의 임종게는 후사에 대한 염려가 묻어나 주목된다.

어찌해야 도의 흐름 그치지 않게 하리
진여 비춤 가없어서 그에게 설해 주되
명상을 떠난 그것 사람들이 안 받나니
취모검 쓰고 나선 급히 다시 갈라고.

沿流不止問如何 眞照無邊說似他
離相離名人不稟 吹毛用了急還磨

정각은 임종게를 남기기 전 글로 대혜 선사에게 후사를 부탁했다. 반면에 임제는 후사를 대중 앞에서 임종게로 대신했다. 열반할 때가 되었음을 안 임제 선사는 마지막으로 법좌에 올라 말했다.
“내가 죽은 뒤에도 나의 정법안장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라.”
정법안장이란 불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진리 자체요 선의 법통이다. 그러자 삼성이 앞으로 나서 말한다.
“어찌 스님의 정법안장을 없어지게 하는 일이 있겠습니까?”
임제 선사가 묻는다.
“이후에 누가 나타나 정법안장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무어라 말하겠느냐?”
그 순간 삼성의 입에서 할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임제는 탄식하듯 말했다.
“누가 알았으랴. 내 정법안장이 이 눈먼 노새 손에서 멸망할 줄이야.”

이 임종게는 임제선사가 이런 직후 읊은 게송이다. 그리곤 바로 앉은 채 입적했다고 전해진다.
임제는 후대의 원오극근 천동정각과는 달리 정법안장의 면면한 계승을 걱정하고 있었다. 임종게는 이같은 그의 염려가 진하게 배어있고 그에 대한 절절한 당부를 함축된 선지로 설파하고 있다. 임제라면 할로 유명하거니와 '살불살조(殺佛殺祖)'의 논리로 온전히 자재한 경지를 구축하라고 가르친 대선사다. 그런 그가 입적을 앞두고 정법안장을 존속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생전의 '할'대신 '취모검' 한 자루를 놓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취모검은 터럭마저도 닿기만 하면 금세 베어진다는 예리한 칼이다. 그런 취모검을 쓰고 나선 또 다시 재빨리 갈아둘 것을 당부한다. 임제는 언제든 취모검으로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어떠한 것이든 베어버리라고 선동하고 있는 셈이다. 죽음 앞에서도 그 가르침의 격함이 유별났으니 생사의 기로 따위에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 자신의 당당함과 정법안장의 계승을 염려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입적이 역설적으로 더욱 빛나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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