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술세미나 종단 내홍 종식 및 정체성
찾는다는 점에서 그 의의 자못 커
이번 학술세미나 계기로 모든 종도 한맘 한뜻으로
종단발전과 종도화합 반드시 이뤄내야

 

지난 12월 4일 오후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1층 대회의실에서 한국불교태고종 종조인 태고 보우 원증 국사 탄신 719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불교태고종의 정체성 탐구-사상 전통’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차 학술세미나는 그동안의 종단 내홍을 종식하고 태고종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자못 컸다. 사실 대한불교조계종과의 분종 이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적통장자종단으로서의 위상을 잘 지켜왔던 태고종은 지난 한 해 끝없는 분규와 내홍을 겪으면서 침체에 침체를 거듭했다. 그 결과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이하 종단협) 소속 종단 가운데 조계종에 이어 가장 많은 사찰과 신도를 보유하면서 제2종단으로서의 지위를 지켜왔던 태고종은 지난 20여 년간 이어져온 잦은 내홍과 분규로 종단협내 서열도 천태종과 진각종, 관음종에 이어 제5종단으로 위상이 추락할 만큼 자긍심과 자존심을 잃고 말았다. 그 누구도 탓할 일이 아니다. 우리 종단과 종도들의 실익 없는 싸움과 분규가 당연히 그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난해 6월 호명 스님이 제27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우리 종단과 종도들은 안정과 함께 화합을 도모하며 종단 되살리기에 온 힘을 모아왔다. 그리고 제1성으로, 추락한 종단의 위상을 되찾고 종도화합 및 종단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체성 찾기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인지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이번에 ‘한국불교태고종의 정체성탐구-사상 전통’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학술세미나는 우리 종단을 바로 알리고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우리 종단 차원에서 갖는 학술세미나라는 점에서 무한한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이는 제가 지난해 제27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간절히 염원하기도 했던 일이어서 뿌듯함이 더욱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호명 스님은 이어 “우리 한국불교태고종은 해방 후 대한불교조계종과 함께 ‘조선불교’라는 이름으로 한 몸이었는데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이 불교계를 정화하겠다는 전근대적이고 사시안적인 생각과 편견으로 일곱 번의 유시를 내리면서 분규가 일어나는 바람에 조계종과 태고종이라는 두 개의 종단으로 갈리게 되었다. 이후 우리 불교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법난에 휘말렸으며,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난 뒤 1962년 ‘통합불교재건비상총회’가 열렸으나, 자정(自淨)과 쇄신을 내세운 스님들 측이 기존의 스님들 측과는 함께 종단을 이끌 수 없다며 단독으로 대한불교조계종을 발족함으로써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때 조계종은 기존 불교와 차별을 둔다면서 새 종헌과 함께 종조를 보조 국사 지눌로 바꿈으로써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바꾸는 환부역조(換父逆祖)’라는 웃지 못할 비극까지 빚어냈다”고 당시의 아픔을 술회했다.

호명 스님은 이와 함께 “더욱 서글픈 일은 이 과정에서 조계종 측이 보조 종조설을 들고 나오자 당시 조계종 종정이었던 송만암 스님은 ‘환부역조’라며 정화운동에서 손을 떼기도 했고,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도 저서를 통해 ‘한국불교의 종조는 두말 할 것도 없이 태고 스님’이라고 밝히시기도 했다”며 “이렇듯 이번 학술세미나는 우리 한국불교의 애환과 아픔을 되돌아봄으로써 우리 한국불교의 적통이 어디에 있는가를 제대로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우리 종단 차원에서도 그 동안의 내홍을 불식시키고 모든 종도가 한마음 한뜻으로 화합하고 단결해 종단안정과 발전은 물론, 실추된 종단의 위상을 회복하는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역설했다.

총무원장 호명 스님의 이날 인사말을 길게 인용한 것은 그 인사말 속에 우리 한국불교계의 아픔과 애환, 그로 인해 한국불교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내몰려야 했던 우리 태고종의 역사가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실로 한국불교태고종은 조계종과의 분규 이후 숱한 법난과 아픔 속에서도 태고 보우 원증 국사를 종조로 계속 모시며 한국불교의 전통과 적통을 지켜내기 위해 그야말로 분투했다. 그리고 역대 선조사들의 그런 노력 덕분에 태고종은 오늘날까지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적통장자종단으로서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 우리 종단이 추락한 위상을 되찾고, 한국불교 적통장자종단으로 다시 우뚝 서는 것은 작금의 우리 종단 몫이자 스님들의 각고(刻苦)에 달려 있다.

이날 종합토론에서 나왔던 얘기처럼 ‘불교정화’, ‘대처’ 등의 용어사용 문제는 우리가 먼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급선무 중에 급선무다. ‘사상 전통’, ‘가사와 의식전통’이라는 주제로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되는 이번 학술세미나가 우리 태고종의 정체성을 되찾는 것은 물론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확립하는 변곡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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