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동정각의 임종게
‘꿈같고 환영같은’ 67년 회고

다음의 임종게는 묵조선의 제창자이자 자신이 중흥시킨 조동종에서 널리 읽힌 『송고백칙』의 저자 천동 정각(天童正覺 1091∼1157)의 것으로 원오 극근의 임종게와 비교했을 때 좋은 대비가 되고 있다. 천동정각은 송나라 때의 조동종(曹洞宗) 승려로 산서(山西) 습주(隰州) 출신이다. 일찍이 장로사(長蘆寺)에 머물렀고, 나중에 절강(浙江) 은현(鄞縣) 천동산(天童山)에서 30여 년 동안 있었다. 만송행수(萬松行秀)가 일찍이 『송고백칙(頌古百則)』을 기초로 삼아 따로 『종용록(從容錄)』을 지었다. 그 선풍(禪風)을 묵조선(黙照禪)이라 부르는데, 종고의 간화선(看話禪)과 대조되어 공안(公案)을 채용하지 않고 좌선(坐禪)을 통해 내재한 자유로운 경지를 얻는다고 주장했다. 1157년 세수 67세로 입적했다. 시호는 굉지선사(宏智禪師)고, 탑명은 묘광(妙光)이다.

꿈같고 환영같은
육십칠 년이여
흰 새 날아가고 물안개 걷히니
가을 물이 하늘에 닿았네.

夢幻空花 六十七年
白鳥煙沒 秋水天連

선사들의 임종게로서 걸작으로 꼽혀지거니와 수준 또한 최상급으로 분류된다. 원오극근이 ‘아무 것도 해놓은 것 없거니’로 자신의 평생을 술회하고 있다면 천동정각 역시 '꿈같고 환영같은'으로 67년 세월을 회고한다. 정각도 원오와 마찬가지로 그의 문하엔 늘 1천명이 넘는 선객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에게 배우려는 선객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어 제접에 늘 어려움을 겪었을 정도다. 그런 그도 자신의 평생을 '꿈같고 환영같은'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만 정각의 임종게가 원오와 다른 것은 바로 '이미지어'를 내세워 상징법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문학에서의 상징법은 시의 품격을 높여준다. 여기에서 '흰 새'는 '지적인 번뇌'[迷理惑]를, '물안개'는 '감정적인 번뇌[迷事惑]를 의미한다. 그 흰 새가 날아가고 물안개가 걷혔다 함은 '확철대오'했음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원오와 정각은 모든 것을 여읜 '각자의 세계'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둘이 세상인연을 떠나가는 터에 보여주는 것은 원오가 '잘들 있게'라는 말로 담담함을, 정각은 '가을 물이 하늘에 닿았네'라는 상징수법으로 '깨달은 이가 돌아가야 할 길'을 암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시로 표현되고 있는 임종게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불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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