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수녀가 노란 은행나무 잎길을 걷고 있다.
수채화 같다.
안 어울릴 듯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이유는 뭘까.
가을날의 은행잎 때문일까.
삶의 화음(和音) 때문일까.
아니면, 수행자라는 공통분모 때문일까.
아무런 경계도 없이 수녀와 다정히 걷는 노스님의 모습에서
무궁한 삶의 여백이 느껴진다. 그만큼의 여백을 갖고 살라는
노스님의 말없는 법문이 아닐까.
마치, 시간도 소유하지 말고 살라는 노스님의 무소유 법문.
은행잎을 내려놓은 은행나무의 무소유.
세월의 여백을 내려놓은 노스님의 무소유.
그것을 받아드는 수녀의 맑은 웃음.
이게 바로 자유로운 삶 아니리.
맑고 향기로운 삶 아니리.
나도 오늘 그 길을 찾아 나서본다.

-형정숙(전 문화재청 헤리티지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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