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예수재’는 生前에
전생의 업을 미리 닦는
修行 중 하나
코로나19도 인류가
과거에 지은 잘못 때문에
발생한 인류의 죄업
‘생전예수재’ 의례와
수행 통해
자신을 맑게 정화하는 것도
코로나19 극복 위한
매우 좋은 백신

 

지난 10월 25일(음 9. 9.) 중양절 날 양주 청련사(주지 상진 스님)는 3백여 명의 신도가 동참한 가운데 생전예수시왕생칠일재(이하 생전예수재) 회향법회를 봉행했다. 경내에 마련된 특설도량에서 오전 10시부터 5시간 동안 거행된 생전예수재는 화려하면서도 장엄했다. 장중하면서도 엄숙했다. 의례를 집전하는 스님들은 물론 동참 신도들도 엄정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의식에 집중했다.

이번에 봉행된 청련사 생전예수재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컸다. 실제로 이날 생전예수재에는 청련사 생전예수시왕생칠일재의 경기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해 중앙승가대학교 및 청련사 안정불교대학 최종남 교수(총괄)를 비롯해 동방문화대학원대 이성운 교수(의례구조 담당), 위덕대 윤소희 교수(음악 담당), 동방문화대학원대 구미래 교수(불교민속연구 담당) 등 연구진이 참석해 생전예수재 의례 전반을 일일이 점검했다.

이와 관련, 청련사 주지 상진 스님은 “청련사 생전예수재를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오늘 연구진이 참관하러 나왔다”며 “빠르면 내년 초에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생전예수재란 살아있는 사람이 ‘죽기 전에〔生前〕’ 전생의 업을 ‘미리〔預〕’ ‘닦고〔修〕’ 사후에 극락세계로 가기 위해 살아있는 동안 미리 공덕을 쌓는 ‘재의식[齋]’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돼 조선중기까지 성행한 대표적인 불교전통의례 가운데 하나였다. 이날 다섯 시간동안 정교하고도 정밀하게 진행되는 청련사 생전예수재를 지켜보면서 든 생각 중 하나는 코로나19 시대에 생전예수재는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니, 국가적(혹은 세계적)으로 불교계 차원에서 생전예수재를 꼭 한 번 지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따지고 보면 코로나19도 인류가 전생에 ‘지은 빚(업)’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생전예수재는 또한 불자(佛子)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미리 닦는 단순한 재의식을 넘어 ‘자신(혹은 인류) 스스로를 맑게 닦기 위한 수행(修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는 우연히, 그리고 갑자기 발생한 전염병이 아니다. 오랜 세월 우리 인류가 지은 빚(업) 때문에 생긴 세계적 전염병이다. 환경파괴, 지구오염, 우주쓰레기, 전쟁과 살육, 생명경시 등등 인류가 쌓은 죄업이 뭉치고 뭉쳐 오늘날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재앙이 전 세계와 인류를 덮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좋은 백신이 발명되어도 인류가 과거에 저지른 죄업(빚)을 갚지 않고서는 지구와 인류를 코로나19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인류 스스로가 자신이 지은 과거의 빚을 갚고 맑게 닦지〔修行〕 않고서는 인류와 세계를 코로나19 이전 시대로 환귀본처(還歸本處)하게 할 수 없다. 그 방편의 하나로, 아니 지구와 세계와 인류 스스로를 맑고 밝게 정화하기 위해서 (수행을 겸한) 생전예수재를 불교적 차원을 넘어 범국가적, 세계적 차원에서 한번 거행해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고려사(高麗史)』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 옛 문헌을 살펴보면 생전예수재를 그런 차원에서 봉행한 흔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태고종단 가운데 유일하게 청련사가 1,200년의 전통을 간직한 ‘(사)청련사예수시왕생칠재보존회(이사장 상진 스님)’를 설립해 생전예수재를 매해 중양절(음 9. 9)마다봉행하고 있는 것은 불교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민족 전통과 풍속을 계승 보존한다는 차원에서도 매우 값진 일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서울시는 지난해 4월 25일 생전예수재를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52호로 지정했으나, 경기도는 아직 도무형문화재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청련사는 지난해 1월 19일 대적광전에서 ‘청련사 예수시왕생칠재의 역사·문화적 의의’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갖는 등 경기도와 밀접한 협의를 해오고 있다. 청련사 생전예수재가 하루속히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불교문화뿐만 아니라 민족 전통과 풍속으로서도 자리 잡길 바란다. 또한 종교 차원을 떠나 불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생전예수재의 참뜻을 알고 자신들이 알게 모르게 지은 죄를 참회하고 자신과 세상을 맑고 밝게 정화하는 수행의 한 방편으로 삼았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선 치료제와 백신 개발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마음가짐과 행동(행위)을 바르게 닦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 않겠는가.

-승한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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