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본혜원의 임종게

진아의 자성 체득한 경지 노래해

전 호에서 살펴 본 수산 성념의 임종게는 훗날 보본 혜원(報本慧元, 1037∼1091)과 부용 도개(芙蓉道楷, 1043∼1118)에서도 비슷한 류의 열반시를 남기게 하고 있다. 먼저 보본 혜원의 임종게를 살펴본다. 보본 혜원은 광동성에서 태어났다. 19세에 출가하여 각지를 편력하다가 황룡 혜남(黃龍慧南, 1002-1069)에 머물러 법을 구했다. 그는 고고하고 강경한 성품으로 풍모가 몹시 드높고 태도가 단정하였다고 한다. 스님이 동오(東吳) 땅에 불법을 펴자 귀의하는 자가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어느 날 선사가 대중들이 먹을 것을 손수 탁발하여 배에 싣고 돌아오는데 한밤중이 되자 타고 있던 무리 중 일부가 도적떼였다. 그들이 칼을 들고 설치자 사람들이 놀라 아비규환이 되었다. 그러나 흰 칼날이 눈앞에 번뜩이는 데에도 선사는 아랑곳 않고 편히 앉아 말했다.

“갖고 있는 물건을 모두 줄 터이니, 사람들을 해치지는 마시오.”

도적이 떠난 후 새벽이 되어 사람들이 돌아와 배를 살펴보며 죽었으려니 했었는데 선사는 보통 때와 다름 없이 화사한 얼굴에 정신이 또렷할 뿐이었다. 뒷날 생사와 화복(禍福)의 갈림길에서도 초탈하여 이처럼 얽매임이 없었으니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선사가 남긴 임종게를 살펴보자.

쉰다섯 해 환영의 이 육신이여
사방팔방으로 쏘다니며 뉘와 친했던고
흰 구름은 천산 밖에서 다하고
만리 가을하늘엔 조각달이 새롭네.

五十五年夢幻身 東西南北孰爲親
白雲散盡千山外 萬里秋空片月新

당시 이러한 류의 열반시가 이미 적지 않게 나왔다는 점에서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운(韻)과 율(律) 등 시가 가져야 될 기본요소 및 시어의 선택이 평범하지 않다는 점에서 시적 품격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해진다. 또한 이러한 형태 및 서술은 계속 후대로 이어지고 있어 열반시의 한 전형을 이루고 있다. 사대육신은 가아로서 ‘환영’에 불과하다. 이 환영은 천산 밖에서 흰 구름이 모두 흩어지듯 죽음으로써 뿔뿔이 흩어질 것임을 상징한다. 그러나 ‘만리 가을하늘 조각달이 새롭다’는 것은 진아의 자성을 체득한 경지를 노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보본 혜원 자신의 열반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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