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잃어버린 동요를 불러본다. 저 스님도 지금 모래 위에 앉아서 그 동요를 부르고 있지 않을까?

이젠 나 스스로 망각하고 싶다, 현실을. 어마어마한 일들이 나에게 닥쳐왔는데 이젠 그저 어제와 조금 다른 오늘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담담해진다.

아직도 나에겐 버려야 할 것들이 많다. 저 파도에 쓸려 보내고 싶은 것들이 많다. 가을하늘도 흘러가고 구름도 흘러가고 푸른 물결도 흘러간다.

작은 모래들이 모여 스님에게 따스한 모래방석을 만들어준다. 나도 그 방석에 앉아본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이지만, 나는 여기 그대로 서 있다, 나의 숨소리를 지켜보면서.

-형정숙(전 문화재청 헤리티지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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