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화합승의 기본적 이해
같은 경계 머물며 포살과 자자도 행함

지난 회에서 다루었던 승잔법 제 10조 파승위간계(破僧違諫戒)는 승가를 분열시키려는 비구가 최대 세 번의 충고를 듣고도 이를 받아들여서 뉘우치지 않고 승가 분열 행위를 계속했을 경우 승잔법이 성립된다. 승잔법 제 11조는 조파승위간계(助破僧違諫戒)로 승가의 분열을 도왔을 때 세 번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승가 분열을 돕는다면 승잔법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승가를 분열시킨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승가 분열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승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승가를 구성할 수 있는 비구의 수는 최소 4인 이상으로 화합을 그 근본으로 삼고 있으며 화합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같은 가르침(法)을 배우는 것’과 ‘의식주와 같은 물질적인 것을 공유하는 생활’을 의미한다. 전자를 법식(法食)이라 하고 후자를 미식(味食)이라 하는데 이 둘이 조화롭게 화합을 이루었을 때 화합승(和合僧)이라 부른다.

그러나 빨리어 율장에 있는 화합승은 법식에 대한 언급이 없다. 빨리어 율장에는 화합승을 “화합이라고 하는 것은 승가가 생활을 공동으로 하고, 같은 경계에 있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내용으로 미루어보면 승가가 화합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공간적으로 규정된 경계 내에서 공동생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승가의 지역적, 공간적 경계를 정하는 이유는 승가 내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소위 말하는 의결 정족수가 정해져야 되는데 경계를 정해놓지 않으면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진다. 왜냐하면 승가의 의사결정은 만장일치제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정족수에 포함시킬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승가에 보시 된 물품은 공동으로 분배하는데 경계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그 시주물을 받을 비구의 범위를 규정할 수 없어 이 역시 곤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정해진 경계 내에서 살고 있다고 해서 조건 없이 위와 같은 권리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합승의 정의를 사분율에서는 “화합이라고 하는 것은 갈마를 함께 하고[同一羯磨], 포살설계를 함께 하는 것[同一說戒]이다. 승가라고 하는 것은 4비구, 혹은 5비구, 혹은 10비구, 내지 무수한 비구이다.”라고 수록되어 있다. 즉 화합된 승가라고 하는 것은 갈마를 함께 하고 포살(布薩)과 자자(自恣)를 함께하는 4인 이상의 비구 집단을 의미한다.

갈마란 빨리어 깜마(kamma)의 음역으로 ‘행위’라는 의미이다. 행위는 보이지 않는 힘을 남기기 때문에 업(業)이라고 하지만 여기서 갈마는 승가의 의사 결정방법 또는 종교행사를 말한다.

포살은 바라문교의 소마제(soma)라고 불리는 신월제(新月祭), 만월제(滿月祭)에서 유래하였으며 출가자 포살과 재가자 포살의 두 종류가 있다. 불교의 출가자 포살은 보름에 한 번, 만월(滿月)과 신월(新月)의 저녁인 14일(혹은 15일)과 29일(혹은 30일)에 행해지며, 한 비구가 바라제목차(비구계 조문을 모은 것으로 계본 혹은 계경이라 함)를 암기하여 큰소리로 송출하고 각 조문 마다 계를 범하지 않았는지 묻는다. 계를 범하지 않았으면 침묵하고 이로써 승가는 청정함을 인정받는 것이다. 포살에는 사미, 사미니, 재가자의 출석이 엄격히 금지되고 갈마작법에 의해서 이루어지므로 포살갈마라고 한다.

자자란 우안거(雨安居)의 마지막 날, 우안거에 참석한 비구들이 함께 모여 3개월 동안의 계율 위반을 서로 지적하고 참회하는 승가의 모임을 가리킨다.

화합승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같은 경계 내에 머물면서 승가의 행위 작법(갈마)을 함께하는 것을 말하며 승가를 분열시킨다는 의미는 승가 내에 4인 이상의 비구로 구성된 ‘별중(別衆)’을 만드는 것이다. 즉 동일한 경계 안에 있는 하나의 승가에서 두 개의 대중집단이 각각 따로 갈마를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ㆍ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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