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허 종정 예하 추모법어

 

여기에 주장자가 있습니다. 이 주장자는 천지를 나누기 전에 생겼습니다. 이 주장자에 과거 7불과 미래 현겁 53불이 들어 있습니다. 이 주장자에 8만대장경이 들어 있고, 제불조사가 다 들어 있습니다.

혜초 종정 예하 각령이시여! 이 주장자를 한 번 치고 이와 같이 생로병사를 타파하시었습니다.

(주장자를 한 번 치고)
혜초 종정 예하 각령이시여.
이와 같이 무량겁을 벗고 불조(佛祖)의 무량광명을 얻으셨습니다.

(주장자를 한 번 치고)
혜초 종정 각령이시어.
이와 같이 불조와 같은 일체중생의 본래면목을 얻으셨습니다.

[양구(良久) 할(喝)을 한 번 하고〕
법의 큰 바다에 보배달이 사바세계를 밝히는구나.

위법행천하(爲法行天下)
경하우역추(經夏又歷秋)
운외고선암(雲外古仙岩)
양풍홍류주(凉風紅流洲)
나무아미타불

오늘은 혜초 대종사께서 태고총림 선암사 무우전에서 열반에 드신 지 49일째입니다. 태고종 원로 대종사와 총무원장을 비롯한 종회의장, 호법원장 등 사부대중이 모두 와서 생전에 보이신 종지와 종풍을 흠앙하고 있습니다. 혜초 대종사께서 남기신 열반송을 다시 한 번 들추어 다 같이 생사 없는 도리를 요달합시다.

“89년간의 일/ 아련한 꿈 속 사람이네/ 물 속 달같이 맑지만/ 오가는 몸뚱이 있는 곳이 어딘가.
올 때 와도 오는 바 없고/갈 때 가도 가는 바 없네/오고 가고 본래 그 자연이라/진실이 자연의 뜻과 같더라.
허깨비로 와서 허깨비를 쫓아가니/오고 가는 것이 허깨비 사람으로/허깨비 가운데 허깨비 아닌 것/이것이 본래 나의 몸이네.”

혜초 대종사 예하이시여.
참으로 그러합니다. 친히 말씀하신 열반송을 통해 오늘 모이신 사부대중은 제행이 무상임을 절실히 알겠습니다.

아! 그러나 돌아보면 천상천하에 다시없는 부처의 도리를 깨달아 더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깨달음은 참으로 깨달음이어야 하고, 참으로 깨달음은 불멸의 영원한 오증(悟證)이 있어야 천 개의 해와 달이 천 개의 광명으로 비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석가모니 부처님은 열반 후 사라쌍수 아래 널 밖으로 두 발을 보이셨고 달마대사는 매장 후 3년에 짚신 한짝을 지팡이에 담고 총령고개를 넘어 구름을 가리키며 인도로 가셨습니다.

혜초 대종사 예하이시여.
열반송의 오증을 49재에 오신 사부대중에게 한 번 역역히 보이십시오.

[양구(良久) 주장자를 한 번 치고 하좌하다.)

불기 2564(2020). 10. 13.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지허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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