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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4(2020)년 10월 26일 월요일
방거사 진면목 온전히 만날 수 있어
방거사 진면목 온전히 만날 수 있어
  • 김종만 기자
  • 승인 2020.10.12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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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게 전편도 최초 소개

 

방거사 어록 ㆍ 시 역주

강승욱 역주

운주사 간

값 27,000원

중국의 유마거사로 불리며, 재가불자의 대명사격인 방거사의 어록과 게송을 모아 엮은 『방거사어록』의 온전한 번역본이 나왔다.

본래 『방거사어록』은 『속장경』에 상·중·하 3권으로 되어 있으며, 그중 상권은 어록, 중·하 두 권은 시게(詩偈)와 찬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간 우리나라에는 상권의 어록만 소개됐다. 즉 지금까지 방거사 어록의 3분의 1만 소개된 셈이다. 따라서 이번 역주서가 한국 최초로 방거사의 시게 전편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로써 그동안 선어록이나 선사들의 법문에 숱하게 오르내렸던 요사범부(了事凡夫, 無事人) 방거사의 진면목을 온전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방거사는 그 유명세와는 달리 생애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진 것이 없다. 따라서 몇 가지 단편적인 정보를 가지고 추론과 퍼즐 맞추기를 할 수밖에 없다. 알려진 것은, 그가 형주 사람이라는 것, 말년에 양양에서 살았다는 것, 결혼해서 아들과 딸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딸과 함께 조리를 팔아 생계를 꾸려 나갔다는 정도가 전부이다. 부친이 형양의 태수였다든가, 그로 인해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았다든가, 단하와 과거 시험을 치르러 가는 중에 함께 마조를 만났다든가 하는 등의 일들은 그야말로 추론일 뿐이다. 이 점들에 대한 역자의 견해는 「방거사는 누구인가」편에 밝혀놓았다.

한편, 방거사는 호칭 그대로 재가불자(거사)이다. 출가 승려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선어록들에서 보이는 상당법어나 대중법문(示衆)이 없다. 또한 제자들이나 참학인들과의 기연어구(機緣語句)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어록집」 전체 분량으로 볼 때 시(게송)가 많이 수록돼 있다. 어록의 내용도 대부분 당대 선사들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전등록』 등에 의하면 방거사가 남긴 시가 300여 수가 된다. 또한 저본인 『속장경』에 수록된 시는 149수이다.

이 역주서는 이와 같은, 방거사의 어록과 시 전부를 온전히 소개하여 번역하고, 그에 대한 상세한 각주를 달았다. 이를 통해 비로소 방거사가 노닌 경지, 그의 사상과 가르침, 정신세계 등에 온전히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거사는 선불교 역사에서서 발군의 존재감을 뽐내는 인물이다. 드라마틱하고 파란만장한 삶과 죽음의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그렇고, 또한 선사들과의 법거량에서 보여준 탁월한 안목은 그를 재가불자 중의 최고봉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사상 전반을 볼 수 있는 시게(詩偈)들이 그간 소개되지 않았던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책은 원문의 문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철저하고 꼼꼼한 번역, 주요 한자 및 단어에 대한 풀이, 그리고 원문의 이해를 돕는 방대한 주(註)가 특징이다. 특히 각종 경전과 선어록을 토대로 한 상세한 주석은 본문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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