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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4(2020)년 10월 01일 목요일
【주필칼럼】종도들의 일치된 마음 보여준 혜초 대종사 영결식
【주필칼럼】종도들의 일치된 마음 보여준 혜초 대종사 영결식
  • 승한 스님(주필)
  • 승인 2020.09.08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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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단의 큰 어른이자
정신적 지주였음 다시 느껴
우리 종도들 마음
한곳으로 모으는 계기 돼
“스님의 크신 원력으로
우리 종단 향상일로 걷길”
발원한 총무원장 호명 스님
영결사 퍽 인상적

 

지난 8월 30일 태고총림 선암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한국불교태고종 종단장(宗團葬)으로 엄수된 전 종정 혜초당(慧草堂) 덕영 대종사(德永大宗師)의 영결식과 다비식은 오랜만에 우리 종도들의 마음을 한데 모았다. 열반을 예감하셨을까. 입적하시기 불과 몇 시간 전 친필로 써 놓으신 혜초 대종사의 열반송은 우리 종도는 물론 많은 불자들의 가슴을 깊이 울렸다.

“八九年間事(팔구년간사)/ 依稀夢中人(의희몽중인)/ 澹然同水月(담연동수월)/ 何有去來身(하유거래신)
팔십구 년 뒤돌아보니/ 어렴풋 꿈속 같구나/ 고요한 물 속 달 같으니/ 어찌 오고감 있으랴//

幻來從幻去(환래종환거)/ 來去幻中人(래거환중인)/ 幻中非幻者(환중비환자)/ 是我本來身(시아본래신)
허깨비로 왔다 허깨비로 가누나/ 오고감이 모두 허깨비인데/ 그중 허깨비 아닌 놈을 보니/ 이것이 본래 나일러라//

來時無所來(래시무소래)/ 去時無所去(거시무소거)/ 來去本自然(래거본자연)/ 眞是如自意(진시여자의)
온다 하나 온 바가 없고/ 간다하나 간 바가 없네/ 오고 가는 것 본래 자연이라/ 진리는 이 자연의 뜻에 있네” <혜초 대종사 열반송 전문>

다시 읽어봐도 가슴 뭉클하다. 또한 혜초 대종사께서 얼마나 큰 선지식이고 선(禪)과 교(敎)를 겸비한 우리 종단의 큰 어른이자 정신적 지주였던가를 다시 한 번 절감하게 한다. 그래서 그럴까. 이날 영결식에서 총무원장 호명 스님이 혜초 대종사 영전에 바친 영결사 또한 퍽 인상적이었다,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영결사에서 “돌이켜보면 스님은 자비의 화신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종단이 어려울 때는 근심걱정으로 영일(寧日)이 없으셨고 불교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아끼지 않고 신명까지도 돌보지 않으셨습니다”며 “종단은 지금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과감하게 개혁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무고안온(無苦安穩)한 극락정토에 계시더라도 스님의 크신 원력으로 종단이 향상일로(向上一路)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항상 살펴 주시옵고, 이 나라에 불법이 왕성하도록 가호하여 주시기를 바라옵니다”라고 발원했다.

총무원장 호명 스님의 이 같은 영결사는 영결식에 참석한 우리 종도들은 물론 많은 불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지난 1년 여 동안의 종단 갈등과 분열이 혜초 대종사의 열반을 계기로 종단 화합의 기틀을 더욱 다지고, 혜초 대종사께서 극락정토에서나마 우리 종단이 향상일로하도록 살펴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했기 때문이다. 총무원장 호명 스님의 종단 화합과 안정에 대한 희구와 갈망은 그토록 절실했고, 절실하고, 절실한 문제였던 것이다.

“태고의 바람결 따라 어서 돌아오시라”는 원로의장 도광 스님의 추도사와 “사바가 괴롭지 않다면 제불보살이 화현할 이유가 없듯이 민족이 서로 갈라지고 불제자가 백안으로 외면하는 전란과 법난의 가운데 오직 청정함으로 다투는 중생으로 하여금 가야 할 바른 길을 열어 보이시다가 이제 편한 모습으로 회향하시니 이제는 무엇으로 은혜를 갚으리까”라는 중앙종회의장 법담 스님의 조사도 우리 종도들과 참석 대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한 “일생을 청풍납자로서 수행정진하시며 종단의 수행가풍을 바로 세우시고 태고손의 걸음에 선각자로서의 업적은 향수해(香水海)보다 깊을 것입니다. 저희 대중들은 큰스님의 가르침이 높고 분명하니 받들어 모셔 따를 것입니다”라고 애도의 마음을 표한 호법 원장 지현 스님과 “누구나 한평생 살다보면 이런 저런 허물이 있게 마련이지만, 스님께서는 사바세계에 머무셨던 90여 년의 광음 동안 작은 허물도 남기지 않으셨습니다. 참으로 우리 치문에 수많은 선지식이 계셨으나 스님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긴 어른은 흔치 않았습니다”며 혜초 대종사의 빈자리를 아쉬워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원행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조사, “우리 곁을 떠난다 하더라도 그쪽에서 오래 계시지 마시고 이 세상에 빨리 오셔서 불교를 위해, 우리 태고종을 위해 가피를 내려주시라”는 덕암 화상 문회 회장 혜일 스님의 조사도 우리 종도와 동참 대중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았다.

5일간에 걸쳐 혜초 대종사의 영결식과 다비식을 종단장으로 치르느라 애쓴 총무원 집행부와 선암사 대중 스님들의 노고 또한 컸다. 이번에 보여준 총무원 집행부의 헌신적인 모습과 종도들의 일치된 마음에서 우리는 우리 종단의 앞날이 퍽 희망적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승한 스님(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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