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세존은 명확하게, ‘(중생들이 생각하는) 나는 오온-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이다’라고 답변한다. 오온은 육근이자, 몸이며 몸의 작용(정신)이다. ‘나’는 몸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몸이 없어지면 몸의 산물인 나(수,상,행,식)도 없어지거나, 흩어지거나, 무엇으론가 변화해갈 것이다. 거문고가 없어지면 거문고의 선율도 없어지거나, 흩어지거나, 어떤 파동을 일으킬 것이다. 나는, 혹은 개체 자아의 마음(정신)은 몸의 선율이자 우주의 가락이다.

소동파는 “대환연유신(大患緣有身)ㅡ온갖 고통들은 몸이 있기 때문이요, 무신즉무질(無身則無疾)ㅡ몸이 없으면 곧 병(病)도 없으리라.”(『동파후집』) 라고 시니컬하게 표현했지만, 그것은 몸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고, 현상계의 원점을 통찰하는 식견으로 받아들여진다. 몸은 온갖 고(苦)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낙(樂)의 원인이기도 하다. 자아의 의미를 체득하고 무상(無常)을 직관하면, 일체개고(一切皆苦)가 열반적정(涅槃寂靜)으로 뒤집힌다. 인간들은 몸을 위한 욕망으로 계획하고, 움직이고, 우비고뇌(憂悲苦惱)에 휩싸이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좌절로 인해 일탈하기도 한다.

몸은 식(識)의 의존처이기도 하다. 몸은 육근(六根)으로 구성되어 있어 식(識)의 원천이면서 기능적으로 경(境)을 취해(發識取境) 촉(觸)의 발원이 된다. 십이연기의 중심에는 몸이 있다. 선풍기란 체가 있어야 바람을 생산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더 생각해보면, 이 몸은 이 몸이 아닌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 대지 위에서 자라난 곡식과 과일들이 내 뼈와 살이 되었고 대지를 흐르는 강물이 내 몸속을 흐르는 피가 되었으며, 저 햇살과 바람이 내 체온이고 호흡인 것이다. 몸과 몸 밖의 구분이 사실은 없다. 네 몸과 내 몸도 사실은 대나무 뿌리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너와 나라 할 것이 사실은 따로 없는 것이다. 각 개체가 공간적으로 이격(離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입을 가진 몸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많은 비극을 연출해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몸의 그림자일 뿐, 본질은 아니다.

몸이 전부다//몸이 있어 숨 쉬고 몸이 있어 일하고 사랑하는 거다 그래서 몸에 충성하는 거다 몸을 우습게 보지 마라 몸한테 잘 보이려고 옷 입고 몸 배고프지 말라고 밥 먹고 몸 쉬게 하려고 집 짓는 거다 그래서 악착같이 돈 벌려고 하는 거다// 몸이 있으니 살아있는 거다 몸이 전부다, 홍사성 시인 ‘몸을 철학해보니’ 전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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