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암 청욕의 산거시

다음의 시는 산에 사는 이의 유유자적함을 기교와 꾸밈없이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산거시다.

한가로운 이 삶이여 시비에 오를 일 없거니
한 가지 향을 사르며 그 향기에 취하네
졸다 깨면 차가 있고 배고프면 밥 있나니
걸으면서 물을 보고 앉아선 구름을 보네.

閑居無事可評論 一炷淸香自得聞
睡起有茶飢有飯 行看流水坐看雲

중국 원대(元代)의 요암 청욕(了菴淸欲, 1288∼1363)선사가 지은 '산거'란 제목의 시다. 절강성 대주(臺州) 임해(臨海) 사람으로, 속성(俗姓)은 주(朱)씨고, 자는 요암(了庵)이며 호는 남당(南堂)이다. 서예로 이름을 크게 떨쳤다. 9살 때 아버지를 잃고, 16살 때 호암 정복(虎岩淨伏)을 따라 출가하여 경전을 시험받아 득도(得度)했다. 희백명장주(希白明藏主)의 권유로 소주(蘇州) 개원사(開元寺)에 가서 고림 청무(古林淸茂)를 친견하고 깨달음을 얻어 그 법을 이었다.

선사는 도를 묻는 사람이 대단히 많을 정도로 선기를 발휘했다. 이 시도 그의 선기를 엿볼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다. '마음자리'를 찾은 이는 절대무구의 순수한 자유를 누리게 마련이다. '마음'을 찾았는데 번거로울 것 없고 시비에 휘말릴 이유 또한 없다. 그러기에 '향을 사르며' '자득문(自得聞)'할 수 있는 것이다.

향은 냄새지 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맑은 향을 사르며 들을 수 있는 묘오한 경지를 밝히고 있다. 선지가 향소리에도 농익어 있는 것이다. 절대무구의 자유는 3, 4구의 무애한 삶으로 이어진다. '졸다 깨면 차가 있고 배고프면 밥 있나니'란 대목은 이미 더 이상 구할 바가 없는 경지를 말하고 있다. 이것은 '마음자리'를 찾았으니 더 이상 허세를 부릴 일이 없음을 나타낸다. 한 마디로 무욕이며 무심이다. 더 탐하고 구할 군더더기란 없다. 때문에 심신이 안락한 평정심의 삶이 늘 이어진다. 3구는 그런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특히 '걸으면서 물을 보고 앉아선 구름을 보네'라는 4구는 언뜻 평범한 듯 보이지만 사실 '자연과 하나 된' 깨친 이의 경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작자는 그런 자신을 은연중 과시하고 있다는 해석이 더 나을 법하다.

-김군도/불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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