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승잔법 제5~6조

특정 시주자 없을 경우 방사 크기 제한

옛말에 ‘중매는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말이 있다. 중매로 결혼한 부부가 행복하게 잘 살면 자신들의 궁합이 잘 맞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거나 자신들의 노력으로 잘 산다고 생각한다. 중매를 선 사람의 심사숙고는 안중에도 없다. 그러나 결혼생활이 불행의 연속이면 그 원인을 중매쟁이에게 돌려버린다. 중매를 선 사람의 입장에서는 참 난감한 일이다.

부처님 당시에도 재가자의 중매를 선 제자가 있었다. 남녀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떠오르는 우다이 비구이다. 우다이 비구의 중매로 결혼을 해서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들의 다툼까지 있었던 것을 보면 우다이 비구는 꽤 많은 중매를 섰던 모양이다. 우다이 비구의 중매로 결혼해서 행복한 부부생활을 영위하지 못한 사람들의 불만이 부처님에게 전해지자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중매를 금하는 매가계(媒嫁戒)를 설하셨다.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결혼을 위한 중매뿐만 아니라 ‘사통(私通)’이라고 하는 이른바 부적절한 남녀 관계나 창부, 기녀를 소개하는 것도 금하셨다. 우리나라에도 황진이, 논개, 매창 등 유명한 기생이 있었듯이 2600년 전 인도에도 유명한 기녀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암바빨리’라는 기녀를 짧게 소개하기로 한다.

암바빨리는 웨살리의 기녀인데 어린 나이에 버려진 암바빨리는 왕립 정원의 망고나무 아래서 발견되어 그 정원의 관리인에 의해 길러졌다. 성장하면서 그녀의 아름다움이 먼 나라까지 전해지고 일곱 나라의 왕자들이 서로 다투기에 이르자 그녀는 "제가 만약 한 왕자를 고르면 다른 왕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를 차지하지 못한 왕자는 자신의 권위가 흔들렸다고 생각하여 분노할 것이고 왕자들의 분노는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저는 모두의 여인이 되고 누구의 여인도 되지 않겠습니다."라며 스스로 기녀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자신의 망고동산에 승원을 세워 그 숲을 부처님 승가에 기증하였으며 먼저 출가한 자신의 아들인 위말라 꼰단냐의 설법을 듣고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어 결국에는 아라한과를 증득했다고 한다. 암바빨리 이야기가 생각나면 나 자신에게 묻곤 한다. ‘효능, 넌 대체 무엇을 하고 있니?’ 참 부끄러워진다.

다음은 승잔법 제 6조 무주작방계(無主作房戒)이다. 이는 비구가 방사를 지을 때 특정한 시주자가 없으면 그 크기를 제한하는 것이다. 특정 시주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방사를 크게 지으면 그만큼 불특정 다수의 시주자에 얻으려고 하는 물건이 많아지고 시주자들은 당연히 부담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탁발까지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이 계율에서는 방사를 길이는 부처님의 12뼘, 가로는 내법(內法) 7뼘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대략 길이는 8.7미터, 넓이는 5미터 정도 된다. 이 크기면 비구 한 명이 거주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되었던 모양이다.

이 방사는 빨리어로 ‘꾸띠’라고 불리는데 남방불교 국가의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특히 명상센타에 가면 수십 개의 꾸띠가 있어 각자 독립된 공간에서 수행에 전념할 수가 있다.

방사는 공간적으로 무난처(無難處)와 유행처(有行處)에 지어져야 하는데 무난처는 개미를 비롯한 곤충이나 독충, 짐승들이 없는 곳, 그리고 도살장, 술집, 푸줏간 등이 없는 장소이며 유행처는 수레 등의 회전이 쉬운 교통이 편리한 장소를 말한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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