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했던 광주 광륵사발
코로나19 집담감염 사태
최초 진원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불교계에선 이런 일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종교시설방역지침
철저히 준수해야

지난 6월 27일 긴급 속보로 전해진 광주광역시 광륵사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은 불교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지난 2월 우리나라에서 집단감염자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후 불교계는 여타 종교단체와는 달리 정부당국의 생활방역수칙과 종교시설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한 건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도록 협조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일은 7월 8일 광주광역시의 역학조사 결과 광륵사발이 아니라 방문판매와 금양오피스텔에서 시작한 것으로 밝혀져 불교계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 하지만 불교계는 이 일로 많은 상처를 입었다. 정확한 역학조사도 하지 않은 채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광주광역시로 내려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한 뒤 불교계까지 싸잡아 종교시설을 ‘고위험시설’로 발표한 것은 “연등회를 취소하고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한 달이나 연기하는 등 불교계가 정부에 협조할 것은 다 해놓고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는 불교계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3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광주광역시를 찾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가진 뒤 “광주시에서의 (광륵사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며 “광주에서의 확진사례를 보면, 방문판매업체, 종교시설, 병원, 요양시설등 밀접접촉이 잦은 취약시설에서 발행하여 다양한 감염경로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불교계는 정부가 사찰에 대해서까지 ‘고위험시설’로 지정해 발표하려면 ‘정말로 사찰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사태가 많은지’, ‘사찰에서 법회 등 실제 종교활동을 통해 감염된 사례가 있는지’, ‘사찰에서 감염된 사람들이 불교신자가 중심이 된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 뒤 언급했어야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사전조사도 없이 단지 사찰 1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동안 수없이 감염사례가 발생된 타종교단체와 동일하게 싸잡아 ‘고위험시설’ 운운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처사라는 것이었다.

더 잘못된 건 광륵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많은 언론들이 기다렸다는 듯 ‘절도 뚫렸다’, ‘코로나19 교회 넘어 사찰로’, ‘광주시, 코로나 확진 7명 연관 무등산 광륵사 시설폐쇄’ 등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보도한 것이다. 그들 역시 광주광역시와 중대본의 발표만 듣고 사실 확인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앞 다퉈 사찰발 코로나19 감염 소식을 속보로 전한 것이다.

이에 대한 불교계의 우려와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7월 8일 광주광역시와 중대본은 광주광역시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된 것은 방문판매와 이들이 주로 드나든 금양오피스텔이 ‘최초 감염원’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정부당국이 평소에 불교계에 가지고 있는 인식수준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많은 스님들은 정부당국이 지나치게 타종교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난 7월 1일 ‘광륵사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종도들을 대상으로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이 발표한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한 긴급 호소문’은 매우 돋보인 처사였다. 지난 2월에 코로나19 확산방지 호소문을 발표한데 이어 두 번째로 발표한 이날 긴급 호소문에서 호명 스님은 “광주광역시의 한 사찰에서 스님과 신도들이 집담감염 됨에 따라 우리 스님과 불자들을 비롯한 각 사암에도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것은 결코 쉽게 여기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이번 광주광역시의 한 사찰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정부당국의 생활방역지침과 종교시설방역지침 준수 등 거듭된 경고를 가볍게 여긴 채 긴장의 끈을 풀어놓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호명 스님은 이어 “모쪼록 우리 한국불교태고종단 소속 전국 사암에서는 절대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당국과 질병관리본부의 방역대책을 철저히 준수해 주시길” 당부했다. 시의 매우 적절한 긴급 호소문이었다.

그렇다. 이번 광주광역시 광륵사발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같은 헤프닝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기 위해선 비단 우리 종단뿐만 아니라 모든 불교계가 정부당국의 종교시설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또한 그것이 부처님의 정법(正法)을 올바로 펼쳐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승한 스님(주필)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