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바라이죄 마지막 대망어계
환희지 계위 돼야 진정한 초발심자

바라이법 중 마지막은 대망어계(大妄語戒)이다. 이것은 쉽게 말해서 아직 미혹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나는 부처다” 혹은 “나는 깨달았다” 등의 말을 하는 것이다. 대망어계는 비구가 좋은 음식을 편안하게 걸식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보통사람 보다 훨씬 높은 도[上人法]를 성취했다고 말하는 것으로 승가에서 축출되는 바라이죄에 속한다.

여기서 말하는 상인법(上人法)은 보통사람의 경계를 넘어선 육신통과 같은 신통력이나 성인(聖人)의 지위인 예류과(預流果), 일래과(一來果), 불환과(不還果), 아라한과(阿羅漢果)의 증득 혹은 뛰어난 선정을 얻은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인법을 실제로 얻지 않았으면서 얻었다고 한다면 상대방을 현혹시켜 도리에 맞지 않은 공양을 받기 때문에 승가에서는 이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대망어계가 있으면 당연히 중망어계(中妄語戒)와 소망어계(小妄語戒)가 있을 것인데, 중망어계는 계를 범하지 않은 청정한 비구를 근거 없이 비방하고 승가에 알려 그 비구를 내쫓는 결과를 만드는 죄이다. 소망어계는 앞의 두 망어(妄語) 보다는 가벼운 죄이다. 그러나 수행자는 무겁고 가벼움을 떠나 어떤 종류의 망어라도 경계함이 당연하다.

얼마 전 한 강의에서 질문을 받았다. 갓 출가한 사미승들이 천도재와 제사 지내는 문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한 사미승이 자신은 깨달았기 때문에 자신의 조상은 이미 천도가 되었으며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마 그 사미승은 대승불교의 그릇된 이해로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는 한 구절만 믿고 그런 말을 주저 없이 한 것 같다.

당시 필자는 학인들에게 이 대망어계를 설명해주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초발심의 단계는 최소한 십지보살(十地菩薩) 중 초지인 환희지(歡喜地)보살 이상의 계위가 되어야 진정한 초발심자라 할 수 있음을 화엄의 수행 계위와 십바라밀을 연관시켜 설명하고 학인들에게 법다운 말이 아니면 차라리 묵언하는 것이 죄를 덜 짓는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필자 역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상으로 4바라이법을 살펴보았다.

다음은 비구가 죄를 지었을 때 쫓겨나지 않고 승가에 머물 수는 있는 죄 중에서 가장 무거운 죄인 승잔법(僧殘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승잔법에는 13개 조항이 있는데 첫 번째는 고의로 정액을 내보는 것이다. 이 계가 제정된 계기를 간단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세이야사카라는 비구가 성적인 욕망으로 인해 심신이 조화를 잃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우다이라는 비구가 세이야사카에게 알려 주기를 ‘원하는 만큼 먹고, 자고, 목욕하라고 했다. 그래도 성욕이 일어나면 손을 이용해 정액을 흘려라’고 했다. 세이야사카는 우다이가 일러준대로 했으며 이 일이 세존께 알려지자 세존께서는 세이야사카를 엄하게 나무라시고 “고의로 정액을 흘리게 하면 승잔(僧殘)이다.”라고 계율을 정하셨다.

고의로 정액을 흘리게 되면 순간의 욕망은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 육체적인 욕망에 정신이 지배당하는 결과가 만들어지므로 수행의 퇴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세존께서는 그런 연유로 이 계율을 제정하신 것 같다. 여기서 ‘고의’라는 단어가 암시하듯이 꿈속에서 몽정은 제외된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의도치 않게 정액을 흘렸기 때문이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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