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바라이죄 속하는 단인명계
자살하거나 죽음 권해도 바라이죄

바라이죄의 세 번째는 단인명계(斷人命戒)이다. 이 계가 처음 제정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부처님께서 웨살리(한역 毗舍離)의 대림정사 중각강당에 계실 때, 제자들에게 사념처(四念處) 수행의 첫 번째로 몸을 관찰하는 수행법을 설하시면서 부정관(不淨觀) 수행을 시키시고 보름간 삼매에 드셨다. 제자들은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자신의 몸이 피와 대·소변 등 온갖 더러운 것들로 가득 차 있음을 알고 또한, 죽고 난 후에는 시체가 부패되어 찢기고, 짐승들에게 먹히고 결국 백골만 남는 것을 관찰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하였다. 제자들이 부정관 수행을 너무 열심히 해서인지 자신의 몸을 더럽게 여기고 극도로 싫어하게 되는 경우가 생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생기고, 또는 서로 목숨을 끊어주거나 혹은 가사와 발우를 주면서 자신의 목숨을 앗아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부처님께서 보름간의 삼매에서 나와 보니 제자들의 숫자가 확연하게 줄어든 것을 보고 그 연유를 물으니 아난존자가 제자들이 부정관 수행을 하면서 생긴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그

러자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단인명계를 설하셨다.

“어떠한 비구라 하더라도, 고의로 인체의 목숨을 빼앗거나, 혹은 그렇게 하기 위해 칼을 가지고 다니는 자를 구하면, 이것도 또한 바라이가 되어 함께 살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직접 죽이지 않더라도 만약 사후세계를 찬탄하여 죽음을 권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 역시 단인명계가 성립되어 승가에서 축출된다. 태아를 죽였을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태

아가 인체를 갖추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먼저 위에서 말한 ‘인체’의 정의를 빨리어 율장에 근거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빨리어 율장에는 ‘인체’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인

체란 모태에 초심(初心)이 생기(生起)하여, 초식(初識)이 현기(現起)하고서부터 (그 후) 죽을 때까지, 그 중간에 있는 그것이 인체이다.” 다시 말하면 인체란 태아와 태어난 이후 죽기 전까지의 몸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 승가의 소의 율장이라 할 수있는 『사분율』에서는 사람(人)에 대한 설명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人이란 초식(初識)에서 후식(後識)에 이르기까지이니……” 여기서 초식이란 수태를 하는 최초 찰나를 말하고 후식은 죽을 때 최후의 일찰나를 말한다. 태아에 대한 이와 같은 인식은 빨리어 율장 뿐만 아니라 『사분율』, 『오분율』, 『근본유부율』에서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다 하더라도 고의가 아닌 경우, 사람인 줄 몰랐던 경우, 살의가 없었던 경우, 미치광이가 사람을 죽인 경우는 바라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낙태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한 어느 부인이 한 비구에게 낙태를 부탁하고 비구가 낙태를 하다가 태아는 살고 산모가 죽는 경우에는 바라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낙태를 행한 비구가 산모를 죽일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몰론 산모가 살고 태아가 죽으면 이는 틀림없는 바라이죄다. 이러한 계율은 오늘날 법 적용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부처님 당시의 율장을 오늘날 어떻게 재해석 할 것인가 하는 숙제를 남기고 있는 부분이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ㆍ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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