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걸 저 ‘천년고찰 이야기’
봉은사보 ‘판전’에 5년 연재

사찰의 창건설화 속에는 우리 문화와 역사가 깃들어 있다. 그래서 따스한 정감이 있고 때로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최종걸의 『천년고찰 이야기』는 이를 이야기로 엮어 낸 책이다. 구수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속에서 한국문화의 속살을 접할 수 있어 쉽게 책을 접지 못한다.

 

언론사에 오랜 시간 몸담았던 저자는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스님의 권유로 수행 삼아 천년 고찰 순례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 그리고 여전히 수행가풍을 간직한 청정도량을 중심으로 전국을 순례했다. 그 과정에서 각 사찰 창건에 얽힌 일화와 설화들은 물론 다양한 유형의 이적과 영험담, 그리고 유리 문화와 역사가 깃든 이야기에 매료됐다. 이는 한국인의 오랜 발원을 만나는 일이었고, 고승대덕들의 깨달음의 발자취를 쫓는 일이자 스스로 떠나는 치유의 여행이었다. 저자는 이를 글로 정리해 강남 봉은사 사보인 <판전>에 연재했다. 무려 5년 여의 시간이 지나서야 순례를 마칠 수 있었다.

이 책 『천년 고찰 이야기』는 저자가 그 순례 길에서 만난 명산대찰에 관한 이야기다. 대한민국 전역에 분포된 약 천 여개의 사찰 가운데 5대 적멸보궁, 3대 해수관음 성지, 삼보사찰, 미륵신앙 성지, 지장신앙 성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등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고찰들을 추려 이번에 책으로 엮어 냈다.

이 책의 특징은 스토리텔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존 답사기와 기행서적과는 다르게 한 권의 옛이야기 책처럼 구수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또한 기이한 영험담과 설화 속에는 우리 민족의 오랜 발원과 고승들의 깨달음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 한 예로 ‘미륵신앙의 성지’ 금산사를 중건한 진표 율사의 얘기를 들어보자. 진표 율사는 출가하기 전 산과 들을 누비며 사냥을 다녔다. 어느 봄 날, 사냥을 나갔던 진표 율사는 개구리들을 잡아 버들가지에 꿰어 물에 담가놓고 까맣게 잊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 다음 해 전처럼 사냥을 나가던 진표 율사의 귀에 지난 해 잡은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와 가보니 개구리들이 여전히 버들가지에 꿰인 채 구슬피 울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어찌 해를 넘길 정도로 개구리를 고통받게 했단 말인가?” 탄식하던 진표 율사는 이 일로 금산사로 출가했다. 이후 17년간 몸을 돌보지 않는 망신참회의 고행 끝에 마침내 미륵보살과 지장보살로부터 간자와 계법을 직접 받기에 이르렀고 다시 돌아와 금산사의 중창불사를 발원했다.

나당전쟁 중에 낙산 동쪽 바닷가에서 관음보살 진신을 친견한 의상 대사가 세운 낙산사에는 정취보살상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정취보살은 ‘한눈팔지 않고 꿋꿋이 용맹정진하는 보살’로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선재 동자가 구법 행각을 할 때 29번 째로 찾아간 보살이다. 가지산문을 개창한 범일 국사는 중국에서 한쪽 귀가 없는 신라 출신의 어린 스님을 만나 후일을 기약했으나 귀국 후에 까맣게 잊고 지내다 이후 꿈속에 어린 스님이 나타나 항의하자 허겁지겁 찾아 나섰다. 이때 우연히 만난 동네 아이에게 인근 다리 밑 물속에 돌로 만든 보살상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범일 국사가 그곳에 찾아가 보살상을 꺼내 보았더니 왼쪽 귀가 떨어져 있는 것이 영락없는 그 어린 스님이었다. 스님이 바로 정취보살임을 깨달은 범일 스님은 불전 3칸을 짓고 보살상을 모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2005년 낙산사 화재때 의상 스님의 관음보살상과 범일 스님의 정취보살상은 화마도 비껴갔다고 한다.

저자 최종걸은 연합뉴스에 입사해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일간 투데이> 주필로 있다. 최종걸 지음/다우출판/값 24,000원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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