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어느 때부터인가 웰빙(Well-being), 힐링(Healing)이 유행하다가 요즘은 웰다잉(Well Dying)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웰다잉(Well Dying)이란 삶을 아름답고 품위 있게 마무리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며, 누구나 꺼리는 죽음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존엄한 죽음과 용서와 화해, 그리고 죽음의 과정을 이해하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죽음’이라는 단어를 금기시 하고 입 밖으로 쉽게 꺼내지 못하고 있다. 죽음이란 어둡고 재수 없다는 생각 탓인지 죽음을 준비한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한다. 그러면서도 웰다잉이 관심사로 떠오른 데에는 삶이 중요한 만큼 죽음도 그만큼 중요하게 다가 온 탓이라 할 것이다. 이는 죽음에도 격이 있으며, 죽음이 남은 자와 떠나는 자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를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였다. 웰다잉 교육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삶을 아름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며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

우리는 부모나 가까운 이들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면 당황하게 된다. 이별의 아픔을 미처 느끼기도 전에 재산 상속부터 개인적인 금전 거래까지 고인(故人)이 벌여놓은 일을 정리하는 일로 고인을 추모할 경황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것은 고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삶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떠나기 때문에 살아생전 정리하지 못한 일과 인연들에 대한 애착은 고인을 편안한 사후 세계로 이끌지 못한다. 죽음이란 누구나 맞이해야 하고 피할 수 없는 결정적인 운명과도 같은 것이며 인생 최대의 사건임에도 우리는 늘 준비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웰다잉 문화가 확산되면서 장례문화에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기존의 정례화 된 장례문화에서 벗어나 자신이 꿈꾸는 주도적인 장례문화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8년 2월 4일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일명 웰다잉법)이 시행되면서 웰다잉 교육과 문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죽음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 불교계에서도 ‘웰다잉’교육을 통한 명상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생사학 연구소와 죽음학회에서 전문적으로 죽음을 연구하고 세미나를 열고 있다.

죽음준비교육은 국민 개개인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사회문제로 대두된 자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죽음준비교육이 초등학교 때부터 실시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어린 시절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자살은 결코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웰다잉 교육은 국가차원에서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존재는 누구나 사라지고 죽는다.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한때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이 유행했는데 이 웰빙의 완성이 웰다잉이다. 우리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나는 무엇으로 또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물음 앞에 분명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각자가 기억되고 싶은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법구경』에 ‘건강은 최상의 이익이요 만족은 최상의 재산이며 신뢰는 최상의 인연이다’라는 말이 있다. 부처님께서는 또한 ‘죽음 이후보다 현재의 삶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요즘 코로나19로 모두가 공업중생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지혜롭게 잘 극복해 나가야겠다. 좋은 삶을 살면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듯이 웰다잉은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현재에 충실한 삶을 통해서 아름다운 삶으로 회향할 수 있도록 늘 정진하고, 나눔을 통한 봉사의 실천적인 삶을 통해 나를 가꾸어 가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 웰다잉의 완성이다.

-제주 반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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