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바라이죄인 음계와 도계
승가와 함께 지낼 수 없어 ‘불공주’라고도 해

앞에서 승단에서 추방되는 바라이죄 중 유일하게 예외 조항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음계(淫戒)에 관한 내용인데 비구가 부정행(不淨行)을 행하게 되면 영구히 승단에서 추방되어야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이 음욕(淫欲)만큼은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음욕을 행한 비구가 자신이 계율을 어긴 것을 조금이라도 숨길 의도가 없고 본인이 원한다면 사미로 승가에 남아있을 수 있게 하셨다. 단 앉는 자리는 비구의 맨 끝이고 사미 보다는 윗자리이다. 정식 비구가 아니므로 승가 의결 정족수에는 포함되지 않으며 한 번 더 음욕을 행하면 승단에서 바로 추방된다. 이 제도를 여학사미(與學沙彌) 혹은 바라이학회(波羅夷學悔)라 하는데 상좌부 전승의 빨리어 율장에는 보이지 않지만 다른 율장에는 전부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음욕을 행하게 되는 대상과 방법은 어떻게 기술되어 있는지 빨리어 율장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빨리어 율장에는 인녀(人女), 비인녀(非人女), 축생녀(畜生女) 등 세 종류의 여인이 있다고 한다. 즉, 사람인 여성, 천녀(天女, 환각상태에서 보이는 여성 등을 말함) 그리고 짐승의 암컷이다. 또한, 남자의 성기와 여자의 성기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자, 옛날 궁궐의 내시와 같이 성적(性的) 불구자인 황문(黃門) 그리고 세 종류의 남자도 같이 기술되어 있으며 이들과 음욕을 행하면 바라이죄가 성립된다. 음욕을 행하는 방법은 ‘세 가지 길’로 표현되었는데 ‘대변을 보는 곳(大便道)’, ‘소변을 보는 곳(小便道)’ 그리고 ‘입(口)’이다.

승단에서 추방되는 바라이죄는 앞서 말한 음계를 포함, 모두 네 가지며 참회가 불가하기에 ‘불가회죄(不可悔罪)’라 하고 다른 비구들과 승가 내에서 같이 지낼 수 없기 때문에 ‘불공주(不共住)’라고 한다.

바라이죄 중 두 번째는 ‘도계(盜戒)’, 즉 도둑질하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도계가 생기게 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을 때 다니야라는 비구가 잡초를 모아 초옥(草屋)을 만들고 우안거에 들었다가 우안거가 끝나자 다른 비구들은 초옥을 허물고 유행을 떠났지만 그는 그곳에 남게 되었다. 하루는 걸식을 하고 돌아오니 땔나무를 모으는 사람들이 초옥을 허물고 풀들을 가지고 가 버렸다. 다니야 비구는 도자기를 굽는 방식으로 자신의 토굴을 만들었는데 이를 보신 부처님께서 초목과 소똥을 구워 만든 그 토굴은 수많은 생명을 태워 죽인 것이라며 허물라고 하셨다. 난감해진 그는 나무토굴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빔비사라왕의 목재를 담당하는 관리에게 왕의 허락을 받았다며 거짓말 하고 목재를 가져갔다. 이는 사형까지 내려질 수 있는 중죄였다. 빔비사라왕의 마가다국은 중인도라는 지리적 여건으로 나무 구하기가 어려웠고 목재가 확보돼 있지 않으면 자연적인 재해나 적의 침략으로 성(城)이 무너졌을 때 나라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일로 마을이나 들판에서 훔치려는 마음을 가지고 주지 않은 물건을 취하지 말라는 도계(盜戒)가 제정되었다. 빨리어 율장에는 이 ‘물건’을 30종류로 아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면 당시 비구들의 의복인 분소의(糞掃衣)를 만들기 위해 묘지에서 천(옷감)을 취하면 어떻게 될까? 시체는 주인이 없는 물건[無主物]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바라이죄를 범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패하지 않은 시체에서 천을 취하는 것은 금했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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