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에도 불구하고 전국 돌며 詩作
“수행의 산물, 부처님의 뜻” 호평

“벽운동 계곡엔 안개가 푸르더냐고/염불사 목탁 소리로/또르락또르락 물어보니

눈에 보여도 없고/눈에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이라고/대웅전 부처님 빙그레 미소 짓는다

지장전 조성하여/부모님 극락왕생을 빌어드린/효심 깊은 김 상궁의 발원문도/전설로 이어지는데/누구라도 그 마음이 엎드리지 않을까

수락산 맑은 숲 끌어안고/중생들 병든 마음과 육신/지긋이 보듬어 주는 약사보살마애불

무병장수만 욕심내는 땡불자 손잡아주며/사는 날까지 염불에 전념해서/생사고뇌에 떨어지지 말라고/바위에 새긴 미소로 답한다”

 

한국불교태고종 현 총무원장 호명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수락산 염불사’를 시로 읊어낸 작품이다.

목필균 시인이 최근 전국 108개 사찰을 순례하며 지은 시집 『근심 한 자락 두고 가라 하네』(도서출판 오감도 간)가 출간됐다. 시 ‘염불사(수락산)’의 “효심 깊은 김 상궁의 발원문도”에서처럼 절에 얽힌 설화나 역사 등을 고찰하며 시인 특유의 감성으로 표현해 낸 108산사 순례시집 『근심 한 자락 두고 가라 하네』는 곳곳에서 불교적 메시지를 분출해 내고 있다. ‘김 상궁’은 1903년 염불사에 지장전을 조성하여 부모님의 왕생극락을 빌었다고 하는 인물이다.

더욱이 목 시인은 지병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전국 108곳의 사찰을 순례하고 이 시집을 펴냈다. 따라서 이 시집은 ‘수행의 산물’이며 ‘부처님의 뜻’이라는 문단의 평을 받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비슬산에/봄마다 야단법석 차려놓고/참꽃으로 불을 질러 중생들 불러놓고//보이지 않는다고/없는 것이 아니고/있다고 다 보이는 것이 아닌 세상/하심(下心)으로 사는 것이/잘 사는 길이라고/천천수에 목축이며 정진하라 이른다”

‘대견사(비슬산)’ 시의 일부분이다. 시인은 언어로 시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시를 빚어낸다. 시인의 마음은 오랜 세월 불교라는 그릇 안에서 수행해 온 이력을 담고 있다. 그래서 ‘가르침’이 있고 ‘깨우침’이 있다. 시인의 마음에 독자들도 함께 동화된다. 마음을 정화하는 기능을 시 속에 담고 있는 것이다.

“은은한 달을 바라보는데/풍경은 바람 속에 울리고/번뇌는 머물렀다 스러지니/홀연히 도를 깨우쳤다는/무학대사의 귀한 법문//나를 낮추면 만물이/부처로 피어나고/나를 세우면 천지가/다툼이라”

시인은 시 ‘간월암’에서 마음의 평화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 극락과 지옥이 결정된다는 불교적 가르침이 그대로 시 속에 응축돼 있는 것이다.

시인은 ‘선암사’에서도 이러한 마음을 간절히 전하고 있다.

“태고총림 선암사에 대물림된 다향으로/속세에 찌든 가슴 어루만지다가/근심덩이는 주저 없이 두고 가라고/뒷간 깊은 골을 바람소리, 새소리로 채워둔다”

수행의 향기가 이런 것일까. 시집을 읽다보면 어느 새 몸도 깊은 산사를 찾아 시름을 더는 기분이다. 목필균 지음/오감도 간/값 12,000원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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