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 저 ‘불교한문 해석법’
한글화 번역 작업의 지침서

한국 최초의 불교한문 문법서가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전학자 정천구 박사는 최근 『불교한문 해석법』(민족사 간)을 출간해 한문경전에 대한 한글화 번역작업의 지침서로 이용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일반 한문 문법서와 달리, 예문을 『논어』, 『맹자』 등 중국 고전이 아니라 『금강경』, 『법화경』, 『유마경』, 『화엄경』, 『능엄경』등 불교경전에서 끌어와 체계적인 서술로 해석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어렵고 까다롭게 느껴지는 불교한문을 어떻게 한글로 번역해야 하는가에 대한 훌륭한 지침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문이 생활에서 멀어지고 있는 시대이지만, 한역 대장경의 번역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몇 천 년을 이어온 우리나라의 사상적 · 철학적 바탕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불교한문’에 대한 이해는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교한문’이라 하면 일단 어려움과 난감함이 밀려온다. ‘불교’라는 심오한 철학도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데, ‘한문’으로 쓰여 있다면 더욱 감당이 안 된다.

불교는 크게 ‘빨리어’와 ‘한문’의 두 가지 언어로 알려져 있다. 빨리어 경전과 한문 경전은 같으면서 다르다. 불교의 출발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하나였으나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 사유체계와 문화 등이 판이한 곳에서 번역과 해석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동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대승불교권에서의 경전은 한문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경전들과 논서들의 언어인 ‘불교한문’을 모르고선 불교철학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한역 대장경의 번역을 위해서뿐 아니라 올바른 철학적 이해를 위해서도 ‘불교한문’에 대한 이해는 절실하다.

『불교한문 해석법』은 바로 이러한 필요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책이다.

“한문으로 단단하게 봉해진 법문을 밀치고 들어설 이는 옛날에도 적었고, 오늘날에도 적다. 앞으로는 더욱 적을지 모른다. 어쨌거나 그 적은 사람이 한문을 익히지 않은 대중을 위해 이 법문을 제대로 밀어서 열어 두어야(번역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한문을 제대로 익히는 것이 선결요건이다. 그러나 그저 익혀서 될 일은 또 아니다. 그 오묘한 이치를 풀어 밝힐 수 있도록, 즉 온전히 해석할 수 있도록 익혀야 한다. 그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이른바 문법이다. 불교경전을 이루는 한문 즉, 불교한문의 문법은 법문의 관건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밝히며 문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 불교한문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문법 관련 서적이 여럿 나온 적이 있지만 체계적으로 구성하거나 서술한 것은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불교한문 해석법』은 제1장에서 불교한문의 ‘품사와 문장구조’에 대해 간략하게 서술하고 제2장부터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부정사, 개사(전치사), 연사(접속사), 문말 조사 등의 품사들과 특수한 용법의 어휘에 대해 두루 다루었다. 이를 위해 대승불교에서 중시하고 한국불교에서도 널리 읽히고 있는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 『능엄경』 등으로부터 예시들을 끌어왔다. 이들 예시를 통해 저자는 문법적 사항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다른 문법서처럼 딱딱하지 않으면서 불교철학의 심오함도 맛보게 해줘 유용함을 더하고 있는 특징을 보인다. 정천구 저/민족사 간/값 22,000원

-김종만 기자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