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구족계 수계장면

화려한 복장 벗은 후 흰색 옷 입어

부처님의 치아사리가 모셔져 있는 스리랑카의 불치사 근처에 있는 아스기리 챕터(우리나라의 종단과 비슷한 개념)에서는 사미계와 구족계를 수여하기 전에 세 명 정도를 선정해 화려하게 수놓인 왕자 복장을 하게하고 불치사에서 수계식이 열리는 사찰까지 장엄된 코끼리를 타고 간다. 이 장면은 싯다르타 태자가 세속의 권력과 온갖 화려함과 편안함을 포기하고 출가 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때 코끼리 앞에서 악사들이 스리랑카 전통 악기를 연주하고 무용수들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춤을 추며 코끼리를 탄 사람과 일행들을 인도한다. 이는 부처님의 치아사리를 이운할 때와 같은 모습으로 마치 한국불교의 ‘인례의식’과도 유사하다.

장엄된 코끼리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
장엄된 코끼리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

 

코끼리를 탄 후보자들과 일행들이 구족계 수여식이 봉행되는 장소에 도착하면 화려한 복장은 벗어 버리고 흰색 옷을 입고 가사와 발우를 준비해 사미계를 받게 되는데 한국불교에서는 은사스님이 가사와 발우를 준비했다가 수여하는 반면 스리랑카에서는 후보자가 가사와 발우를 준비해서 우빠자야(스승, 혹은 친교사親敎師로 번역 됨)에게 건네주고 그 가사와 발우를 다시 후보자 자신에게 수여해 줄 것을 바라는 게송을 하고 가사와 발우를 수여 받는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미계를 받고 난 후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백사갈마에 의한 방법으로 구족계를 수여 받는다. 사실 불교적 입장이나 승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사미계보다 구족계가 더 큰 의미를 지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사미계 수여식이 더 성대하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혹독한 행자 생활에 대한 보상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사와 발우를 받는 수계자.
가사와 발우를 받는 수계자.

 

필자의 박사 논문 주제가 상좌부불교와 대승불교의 사미계, 구족계를 비교 연구하는 것이었는데 논문 통과를 위해서 세 번의 프리젠테이션 과정이 있었다. 첫 번째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우리나라 행자들의 하루 일과를 말하고 행자들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정을 소화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청중 모두가 다 놀라며 논문의 핵심인 구족계보다 행자생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던 기억이 난다. 당시 참석자들 거의 대부분이 행자의 개념이 없는 상좌부 불교 국가의 스님들이거나 학생들이기 때문이었다.

간혹 중국 스님과 베트남 스님들이 있긴 했지만, 그들 또한 짐짓 놀라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의 ‘행자’와 같은 개념은 없는 것 같았다. 예상치 못했던 그들의 관심에 감정이 한껏 고조되어 짧은 영어로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던 기억은 지금도 행복한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 스리랑카 국립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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