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소장, 재정난 해소 목적
각각 15억 예상, 불교계 반응 주목돼

간송미술관 소장 국가지정 문화재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좌)과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
간송미술관 소장 국가지정 문화재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좌)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

 

국가에서 보물로 지정한 금동 불상 2점이 경매에 나온다.

간송미술관이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 두 점을 5월 27일 열리는 케이옥션 경매에 내놓은 것이다.

우리 문화재의 보고(寶庫)이자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간송미술관 소장품이 경매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은 높이 38.2㎝의 통일신라 불상이다. 눈을 감고 입을 오므린 채 미소 지은 얼굴, 아랫배를 조금 내밀고 선 자세가 부드러우면서도 생동감 넘친다. 문화재청이 운영하는 국가문화유산포털은 "꾸밈없이 미소 띤 얼굴은 삼국시대 불상 양식의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이 불상의 격을 높여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은 삼국시대 불상이다. 머리에 보관을 썼고 얼굴은 긴 편으로 가늘게 찢어진 눈과 앞으로 내민 입술,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어울려 토속적 인상을 풍긴다. 새의 날갯짓처럼 옷자락은 양쪽에 대칭으로 뻗쳐 있고, 양 어깨에 걸쳐서 내려오는 큼직한 구슬장식이 허리 밑에서 X자 모양으로 교차돼 있다.

〈조선일보〉 등 일간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두 작품의 추정가는 각각 15억 원이다. 이들 보도매체는 박물관 관계자의 말을 빌어 "간송 소장품이 나왔다는 게 알려지면 값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간송미술관은 누적된 재정난에 서울 성북동 신관과 대구 분관 건축 등을 추진하면서 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상속세도 부과돼 재정적 어려움이 더욱 가중됐다.

국가보물로 지정된 금동불상 두 점이 경매에 나왔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미술애호가를 중심으로 보물의 유지관리를 위해선 국가가 나서서 구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하 중박)은 5월 21일 하룻동안 "중박 예산으로 구입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민원이 빗발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박은 예산이 한정돼 있어서 구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중박의 한 관계자는 "민간과 경쟁해서 최고가를 부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박의 한 해 유물구입비 예산은 4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15억으로 추정되는 두 불상을 구입할 경우 한 해 예산을 거의 쏟아붓는 셈이다.

이와 관련, 보물로 지정된 두 불상의 진위여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날 페이스북에는 "거창에서 출토된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은 1990년대 후반 원로학자가 위작설을 제기하면서 지금은 대부분 한국미술사, 불교미술사에서 빠진 상태"라는 중견학자의 글이 올라왔다. 불상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보도한 〈조선일보〉에 따르면 "두 점 모두 성분 분석 등 조사하면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동안 간송미술관이 너무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연구자들에게 조사를 허락하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고 했다. 강희정 서강대 교수는 "1963년 보물로 지정됐을 당시 감정 수준과 지금은 차이가 크다"면서 "얼마 전 국보 168호 백자동화매국문병이 국보해제로 결정난 것이 그런 사례다"고 밝혔다. 과거 우리 연구 수준이 높지 않았을 때 지정된 국보 및 보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가의 구입 여론과 관련 중박 관계자는 "이처럼 진위문제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쉽게 구매에 나서기도 애매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간송미술관은 1938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사립미술관이다. 일제강점기에 간송 전형필(1906~1962)이 문화재 수집을 위해 헌신하며 지켜낸 유물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보물 두 점이 경매에 나왔다는 보도와 관련, 국민들 사이에선 국보 및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도 사고 팔 수 있느냐는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도 개인 소장품인 경우에는 소유자 변경 신고만 제대로 하면 사고팔 수 있다. 국외에 반출하지 않는 한 소유주 변동 사항을 문화재청에 신고하기만 하면 매매가 가능하다.

이번의 경우 특히 보물 두 점 모두가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이라는 점에서 불교계의 반응도 주목되고 있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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