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향기에 봄이 서려 있는 것일까? 조계산 선암사 자락에 연초록 녹차향이 가득하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봄을 지나 어느덧 5월이 돼 눈부신 신록의 향연을 펼친다. 이 초록 속에 그 무서운 코로나19는 어디로 숨어들었을까?

구증구포 녹차를 만들기 위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찻잎을 따고 계시는 스님들, 앵글 안에 잡힌 두 분 스님을 바라보며 나는 중얼거린다. “두 분 스님은 지금 찻잎을 따고 계시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을 따고 계시는구나”라고.

천상의 녹차이슬들이 모여 품어낼 그윽한 향이 기다려진다.

형정숙(전 문화재청 헤리티지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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