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구족계 수계조건

오늘날 남방불교 국가에서는 전통적으로 율장에 근거하여 백사갈마(白四羯磨)를 통한 구족계 수여방법이 통용된다. 백사갈마란 총명하고 유능한 비구가 나와서 승단에 구족계 주는 것을 대중들에게 한 번 알리고 세 번의 동의를 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들이 침묵으로 동의를 하면 구족계가 수여되는 것이다. 총 ‘네 번을 아뢴다’ 하여 백사갈마라 하는 것이다.

남방불교 국가에서는 최초의 백사갈마에 의한 구족계 수여 이후 현재까지 이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으며 이에 따른 필수적인 조건들도 잘 지키고 있는 편이다.

구족계 수여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 몇 가지를 거론하자면 구족계를 받고자 하는 사람의 나이, 승가 정족수, 시마(sīmā, 한역으로 ‘界’라 한다), 성별 등이다.

테스트 장면
테스트 장면

 

이 조건들 가운데 구족계를 받을 수 있는 나이는 20세인데, 20세의 기준은 태아가 수정된 날로부터 계산하여 20세가 되면 구족계를 수지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이는 태어남은 재생연결식이 함께 시작되며 중생은 식이 없이는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빨리어 율장의 주석서 『사만다빠사디까』에 윤달을 산출하는 방법과 태아가 몇 달간 모태에 있었는지를 통해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 등이 서술되어 있음을 볼 때 부처님은 물론이고 당시의 종교들 또한 의학을 포함한 자연 현상계에 대한 정확하고 풍부한 지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구족계가 수여될 때 승가의 정족수 역시 필수적인 조건들 중 하나인데, 구족계라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일반적인 정족수는 10명이지만, 승가의 대중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5명도 정족수로 인정이 된다. 여기서 정족수 10명이 한국불교의 수계의식에서 삼사칠증(三師七證)에 해당된다. 그러나 빨리어 율장에는 삼사칠증이란 단어는 보이지 않고 10명의 정족수만 기록되어 있다.

재가자로서 부모님에게 마지막 절하기
재가자로서 부모님에게 마지막 절하기

 

시마(界) 역시 구족계 수계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시마는 승가의 공간적 범위를 말한다. 승가의 전통적인 의사결정 방법은 만장일치인데, 만약 지역적, 공간적으로 그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어느 범위 내에 있는 승려를 승가의 대중으로 인정해서 의사결정을 할지에 관한 곤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상 열거한 것 외에도 여러 조건들이 있지만 지면이 할애되면 차차 다루어 보기로 한다.

이렇게 구족계 수계를 위한 조건들이 충족되면 본격적인 수계의식이 시작되는데 본지에서는 남방불교 국가 중 스라랑카 수계의식을 다루어 보기로 한다.

스리랑카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사미계와 구족계를 하루에 같이 행하는데 주로 오전에는 독경 등 간단한 시험을 치르고 후보자들(구족계 받기를 원하는)은 승가에 공양물을 올린 후 재가자로서 마지막으로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그들의 부모에게 절을 하게 된다.

-동방불교대학 교수 ㆍ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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