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 스님 화두 산문집
‘어디로 가야 이 길의 끝이…’
통쾌한 삶의 지혜 담겨 있어

20년 전 범어사에서 동안거를 보내던 종현 스님은 참선하다가 잠시 멈추고 산책을 하는 포행 길에서 한 여인과 마주쳤다. 처음 보는 여인은 길을 막고 간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스님, 어디로 가야 이 길의 끝이 보입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무 대답도 못하고 돌아서며 스님은 얼굴이 뜨거워지고 온몸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이후 스님은 오래도록 그 물음을 곱씹으며 자문하길 20년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화두가 된 그 말을 제목삼아 2020년 봄, 자신의 수행 여정을 담은 산문집 『어디로 가야 이길의 끝이 보입니까』를 펴냈다.

이 책에는 종현 스님이 직접 겪었던 출가과정을 토대로 출가한 이들의 첫걸음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출가자가 산문에 들어서면 일주일간 속복(俗服) 생활을 한다. 삭발하지 않고 행자복도 입지 않은 채 출가한 복장 그대로 대기하는 생활이다. 첫날 법당에서 삼천 배를 하고 이후 6일간 벽을 보고 서 있는다. 인내와 의지를 시험하는 극한의 시간은 앞으로 다가올 수행 길, 출가 의지를 바로 세우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삼천배 마치면 어려운 것은 다 끝난 줄 알았는데 6일 간을 계속 벽보고 세워놓는 것이다. 속복 행자는 벽을 보고 두 시간이건 세 시간이건 세워 놓는다. 이 속복 기간에 많은 행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하산을 한다. 출가수행자가 된다는 것은 책 읽고 학문을 많이 본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중략)

전생에 벽하고 인연이 있었는지 강원에서, 선원에서 수도 없이 벽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저 벽을 뚫고 나갈 날을 기대하며.”<본문에서>

행자는 최소 6개월 이상 생활해야 계를 받고 스님이 된다. 행자 생활 일주일이 되면 삭발식을 한다. 상행자들의 ‘참회진언’ 염송 속에 원주 스님이 머리를 깎아주고 속복들은 기쁨과 슬픔이 담긴 눈물을 흘린다. 삭발을 마치면 선행자 중 막내는 밭에 미리 파둔 구덩이에 행자들의 머리카락을 묻고 ‘반야심경’을 외우며 그들이 무사히 사미계를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해준다. 스님들은 평생 승려 생활하는 동안 자신의 머리카락을 묻은 그 곳을 잊지 못한다.

종현 스님은 길에서 만난 인연들, 스승과 도반으로부터 화두와 가르침을 얻었다. 그러한 사례와 일화들을 모아 엮어 이 책에 소개했다.

문득 예기치 못한 데서 소소한 깨달음을 얻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엉뚱한 곳에서 돌발 질문이나 상황이 벌어져 감동도 받았다. 어느 날 한 꼬마가 스님을 보고 “와! 부처님이다.”라고 외친다. 스님은 들뜨고 기쁘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낀다. 수행자의 근본이 확철하게 깨달아 부처가 되는 것인데 그 당시 스님은 아직 깜깜한 상태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부처님이라고 한 어린아이가 바로 “당신이 내게 왔던 부처님”이었다고 말하며 스님은 오늘도 정진의 끈을 놓지 않는다.

어느 날 스승이 제자에게 물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그 진리를 구해야 한다. 그 진리가 무엇인고?” 제자가 대답했다. “모든 것은 변한다고 하는 그 사실 외에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본문 223쪽

이같은 예화는 이 책에 수두룩하다. 따라서 도반 청주 마야사 주지 현진 스님은 “이 책에는 촌철살인의 대화도 있고,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문답도 있다. 이론과 지식을 초월하는 파격도 담겨 있어 통쾌한 삶의 지혜를 보여준다”고 일독을 권하고 있다. 종현 스님 지음/조계종출판사/값 14,000원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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