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큰 고통 속에 있다.

 

이 세계에서의 삶 자체가 환희보다는 고통이 훨씬 많다지만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집단 감염 사태는 지구촌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명명될 정도로 무력감과 우울을 호소하는 분들도 주변에서 만날 수 있다. 자가 격리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사회적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일도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어서 불편함은 물론 감내하기에 벅차다.

그러나 이런 혼란 속에서도 우리를 감동시키는 따뜻한 사연들이 들려온다. 코로나19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는 캠페인이 영국에서 벌어졌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박수 캠페인에 영국 전역의 국민들이 동참하고 있다. 일명 ‘보살피는 이들을 위해 박수를’이라는 캠페인이다. 코로나19와의 힘겨운 싸움 최전선에 선 의료진들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미국에서는 빌딩의 불을 밝히는 행사가 열렸다고도 외신은 전한다. 국제축구연맹도 ‘축구는 인류의 영웅을 지지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최근 공개했는데,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병자들을 돌보는 의료진의 헌신에 대한 격려의 언급은 불교의 경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약사여래경』 발원문에는 “생명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고귀한 복을 짓는 것입니다. 병자들을 돌보는 의료인들과 모든 공덕자들의 건강과 행복을 발원하며 함께 보살행을 실천해 나겠습니다”라는 서원의 문장이 담겨 있고, 『유마경』에서도 “마땅히 의왕이 되어서 많은 이들의 병을 치료해 주어라”라고 이르고 있다.

영국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매일 제자 78명에게 점심을 일일이 가져다주는 사진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나눠줄 18kg의 꾸러미를 지고 8km를 걸어가며 휴교령이 내려져 집에서 머무르고 있는, 가난한 형편에 있는 제자들의 집집마다 찾아간다고 한다. 외신들은 이 선생님을 ‘숨은 영웅’으로 칭송했다. 가히 감동적인 사연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의 대유행과 관련해 우리는 우선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 깊이 참회하고 돌아봐야 할 것이다. 『약사여래경』 발원문에서는 “지금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이 햇빛과 공기와 물과 흙, 함께 하는 모든 생명들의 청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구촌의 모든 생명들을 위협하는 병마는 공동체의 청정함이 훼손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이 지적을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범망경』에서도 “모든 흙과 물은 나의 옛 몸이요, 불과 바람은 나의 본체”라고 했는데 우리의 몸과 본체인 이 생태적 환경이 청정함을 잃게 됨으로써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의 대유행이 초래된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또 하나 확인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관계하며 살고 있다는 점이다. 나와 다른 사람은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마치 한 나무의 뿌리가 다른 나무의 뿌리와 땅속에서 얽혀 있다는 것에 빗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우리는 서로 의사와 행위를 교환한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하나의 원인이며 결과이고, 다른 사람은 나의 원인이며 결과이다. 그러므로 나의 병듦은 다른 사람의 병듦으로 이어지고, 다른 사람의 병듦은 나의 고통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슬픔과 기쁨을 긴밀하게 공유한다. 나는 바로 당신인 것이다.

우리는 모든 생명의 가치는 동등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고도 있다. 내가 폭력과 죽음을 두려워하듯이 다른 사람도 폭력과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나의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겨야 하며, 어떤 해로움도 주지 않아야 한다. 『숫타니파타』 에서 “인간들 사이의 구별은 다만 명칭에 의할 뿐이다”라고 설하신 뜻도 여기에 있다.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는 코로나19 극복과 이 세상의 행복과 평화 그리고 치유를 축원하는 스님들과 불자들의 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모든 이들이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하게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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