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믿기에 앞서
‘인간 사랑하는 법’ 먼저 가져야

“기도는… 보편·상식적이고
우리 모두에게 평화와 행복과 유익함 가져다주어야 해”

어려운 이웃 위한 사회 봉사활동 등으로
共生의 삶 모색하며 보배 캐내길

얼마 전 모 스님으로부터 재미있는 풍자 글을 받았다.

승한 스님(주필).
승한 스님(주필).

 

‘코로나 여신이 강림하시니 붓다도 예수도 딸싹 못 하네. 예수는 부활 2주 연기하기로 통보한 뒤, 메시지를 보냈다.

“부활절에는 절에 가서 기도하라. 그 절은, ‘친절’ 이니라.”

붓다는 초파일을 한 달 뒤로 연기하셨다. 마야부인(붓다의 모친)은 급작스럽게 출산을 한 달이나 늦추기 위해 지금 주치의와 상담 중이다.’

정말 재미있는 풍자였다. 그러나 작금의 시대상, 아니 우리 종교계의 병폐를 신랄하게 꿰뚫어 보는 풍자이기도 했다. 내가 그 풍자 글에 숙연해진 것은 그 풍자가 꼭 날카로워서만은 아니었다. 이 풍자 글을 통해 인간은 인간으로서 종교를 믿기에 앞서 진정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법’을 먼저 가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만이 진정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감사와 행복의 마음도 갖게 된다는 것을 새삼 되새겼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자 은혜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의 삶(인간의 삶)은 어떤가? 우리의 삶은 대부분 ‘신을 사랑하는 법’을 먼저 배운다. 그러다 보니 신께 의지하고 신의 뜻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미명 아래 수많은 분쟁과 전쟁이 일어나고, 그것을 종교적 신념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자기 정당화해 버렸다. 그것이 지금까지 인류의 비극적 종교역사였다. 더불어 우리는 그러한 비극적 종교역사를 통해 기도는 기도의 숭고함만큼이나 그에 따른 반작용과 부작용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온 인류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여실히 깨달았다. 온 인류와 전 세계뿐만 아니라 온 우주법계가 하나며, 기도는 반드시 보편적이고 상식적이고 우리 모두에게 평화와 행복과 유익함을 가져다주어야 한다는 것을.

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코로나19 하나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온 세계, 온 인류가 고군분투하고 기도하는 사이에 그토록 많은 분쟁과 전쟁이 멈추었고, (잠시겠지만) 지구에 휴식을 가져다주었지 않은가. 또한 자신의 생명과 안위를 돌보지 않고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며 서로를 배려하고 보살피는 의료진들의 깊은 인류애를 보지 않았던가.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리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준 이보다 더 큰, 그리고 값진 은혜와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다행히 지난 4월 19일 한 자리대(8명)로 떨어진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4월 27일 현재까 지도 10명 내외로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일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역지침을 조정했고, 이에 발맞춰 한국불교태고종과 대한불교조계종을 비롯한 우리 불교계와 천주교도 법회와 미사를 재개했다.

잘한 일이다. 그러나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특히 5월, 윤사월초파일 부처님오신날 봉축기념식을 앞두고 있는 우리 불교계는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만에 하나라도 사찰에서만큼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절대 나오지 않도록 △사찰방문 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법당과 전각 출입 시 출입기록을 작성하며 △대중 공용 물품을 최소화하고 접촉이 잦은 물품은 수시로 살균하고 소독하는 등 정 의 ‘종교시설 지침’을 더욱 철저히 지키며 기도와 법회에 임해야겠다. 그와 함께 기도와 법회 참가자들의 발열과 기침 증상 등을 반드시 확인하고 개인 간 격을 최소한 1m 이상 유지하는 등 ‘생활 속 거리두기’를 더욱 철저히 준수해야겠다.

거기에 하나 더할 것이 있다. 불교는 자애(慈愛)와 연민(憐愍)의 종교다. 그런 만큼 우리 불자들이 먼저 나서서 코로나19로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는 이웃들을 위해 봉사와 지원 활동 등 대 사회 봉사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벌여야겠다.

『유마경』에 ‘번뇌의 바다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찌 지혜의 보배를 캐낼 수 있으리오?’라 했다. 그동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번뇌의 바다에 빠져 ‘탐욕스러운 인간의 삶’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가를 뼈저리게 느껴왔다. 이제 그 번뇌와 고통을 통해 인류 공생(共生)의 삶을 모색하고, 탐심을 닦아 너와 내가 하나임을 직시하고 실천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보배를 캐내길 부탁한다. 이것 역시 코로나19가 준 가장 큰 선물이자 은혜다.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