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함께

강릉 안목해변에 갔다

 

3월의 백사장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녀는 약에 취한 듯

"아, 좋다. 아, 좋다”를 연발했다

 

해풍에 옷자락을 날리며

새포름히 웃는 모습이 해수관음 같았다

 

그날따라

간절히 기도할 그 무엇이 있었을까

 

갈매기 열댓 마리가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한동안 머리 위를 맴돌았다

 

그녀의

생일날이었다

 

ㅡ우리가 처음 만난 건 그해 2월 초였다. 그리고 어떤 일로 3월 말 강릉 안목해변으로 목적 없는 기도여행을 갔다. 바닷가처럼 욕심 내려놓기 좋은 기도처는 없기 때문이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목적 없는 기도를 마친 뒤, 해풍을 맞으며 그녀와 나는 백사장을 걸었다. 아직 3월이라 바람 끝이 조금 쌀쌀했지만, 발바닥에 밟히는 살모래의 부드러움과 안락함이 그 쌀쌀함을 안혼함으로 바꾸어주었다.

그때였다. 넓은 백사장을 말없이 걷던 그녀가 “아, 좋다. 아, 좋다” 하고 탄성을 질렀다. 무연히, 검푸르게 쭉 뻗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쏟은 탄성이었다.

소녀 같은 그 모습이 참 좋았다. 아니, 해풍에 살포시 봄 옷자락 나부끼며 먼 수평선 바라보고 서 있는 모습 이 영락없는 해수관음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새벽부터 해수관음 한 분 을 모시고 먼 새벽길을 달려 이곳 안목해변까지 온 셈이었다. 갈매기 떼도 그걸 알고 이미 해수관음이 된 그녀 머리(보관) 위에서 뱅뱅 맴돌며 나보다 먼저 기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때마침, 그날이, 그녀의, 생일날이었다.

그걸 안 우리도, 그날, 안목해변에, 바닷가 절 한 채, 참, 잘 짓고 왔다.

이벽(시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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