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模範)이란 보편적 가치인 삶의 매뉴얼을 구현하는 존재방식이다. 그 존재 방식이 사람들에게 공명을 일으켜, 본받아 배울만한 본보기⦁귀감⦁롤 모델이 되는 것이다. 

 

예컨대, 가정에서는 부모가 본보기가 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본보기가 되고, 직장⦁종단⦁단체⦁국가에서는 리더⦁지도자가 본보기가 된다. 우리는 부모의 언어와 생활습관, 존재 방식을 흉내 내면서 성장할 뿐 아니라, 거기서 체화된 것들을 다음 세대로 전수하기까지 한다. 본보기인 부모의 신뢰에 대한 배신은 자식들의 마음속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대물림을 하는 경우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카르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존경했던 선생님의 칠판 글씨까지 흉내내면서 선생님을 본받던 학동은 어느 날 선생님이 촌지를 받는 장면을 목격하고, 오랜 인격 벤치마킹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삐뚤어져 간다. 더군다나, 크고 작은 조직과 국가의 우두머리와 지도자의 영향력은 너무나 막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한 나라의 지도자의 행위는 그 국가 문화의 척도가 돼버린다. 지도자가 부패하면 지도자의 측근이 부패하고, 국민들은 부패에 대한 죄의식의 기준이 흔들린다. 장자는 한 국가 제왕의 자질이 내성외왕(內聖外王)의 인품이 되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인격적으로 성인의 수준이 되어야 한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는 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자는 미친 거지, 상갓집 개 취급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무도한 패권주의에 젖어있는 지도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노자 『도덕경』이나 공자⦁맹자의 경전들은 사실상 정치학이자 제왕학이다. 제왕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예수는 로마 제국주의자들의 포악한 이데올로기와 그들에 편승하는 유대 선민주의자들과 타협하지 않고 처참한 최후를 선택했다. 소크라테스는 정의로운 시민사회의 성숙을 위해 광장에서 끊임없이 지도층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다 독배를 들이켰다. 『아함경』 도처에서 샤까무니 부처님이 그 시대 크고 작은 국가의 왕들을 교화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일종의 정치학 특강인 셈이다. 부처님이 열반에 들었을 때는 왕들이 모여서 부처님의 사리를 나눠가 탑을 세운다. 본보기의 정신적 구심점으로 삼기 위해서였거나, 최소한 완전한 성인을 따르려는 시늉이라도 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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