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확산
막으려는
公僕들의 사투에
진정성 느껴

백성들 위해 노력하는
公僕들의
公心 담겨있어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聖經 어기는 건 물론
정부지침 어기는
일부 종교단체들
철저한 반성 계기삼길

참, 희한한 일이다.

형식적이고 관례적이고 의례적인 관공서 안내문서 하나 때문에 내가 눈물 흘릴 줄은 몰랐다.

 

아니, 내 평생, 그런 관공서 안내문서 하나 때문에 눈물 흘린 적도 없다. 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총무원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우리 종단이 속해있는 종로구청에서 보낸 편지봉투 하나가 출입구에 놓여 있었다. 무슨 내용인가 하고 읽어보았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안내문서였다.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읽는 순간 뜨거운 그 무엇이 가슴을 치고 올라왔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공복(公僕)들의 눈물겨운 사투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간밤에 분명 내가 가장 늦게 퇴근하고 맨 먼저 새벽같이 출근했는데,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그 편지봉투가 분명 없었는데 그 사이에 어느 공복이 잠도 자지 않고 이 안내문서를 우리 총무원사 현관 출입문에 넣어놓고 간 것이다.)

우리 종교계와 관련된 내용이기에 그 내용 전문을 여기 소개해본다.

“수신자: 관내 종교시설 대표님

제 목: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종교시설 집회자제 협조안내

1.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확산 방지를 위하여 지난 주말 많은 종교시설에서 집회중단이라는 큰 결정을 내려주신데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 콜센터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수가 모이는 시설의 감염확산 우려가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천주교는 모든 미사를 중단하였고, 불교도 법회중단, 대다수 교회의 주말 예배중단 등 지역사회 감염 확산방지에 동참하여 주고 계십니다.

3. 3월은, 코로나19 확산을 멈출 중대한 기로입니다. 종교시설의 집회인 주중, 주말집회, 코고 작은 집단모임을 자제하여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끝.”

그리고, ‘종로구청장’ 관인이 찍혔다.

정말, 관례적이고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관공서 안내문서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내가 눈물 흘린 것은 어떻게든 코로나19를 극복하겠다는 공복들의 그 처절한 진정성과 뜨거움을 보았기 때문이다. 백성을 위해 노력하는 공복들의 눈물겨운 공심(公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 교회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대형교회들의 폭거에 가까운 종교집회는 이기적이어도 너무 이기적이어서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어느 땐, 과연 우리가 같은 핏줄을 타고난 한 민족 한 국민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조차 한다. 아니, 하나님이 진정으로 계시다면,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그렇게 하시길 바라실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솔직히 나는 기독교 교리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러나 기독교도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종교라는 것은 알고 있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종교가 아니라면 수천 년 동안 전 세계에 그토록 많은 세력을 확장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기독교라도 대다수의 교회는 정부의 코로나19 감염확산 대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 대목에서 꼭 생각해보고 싶은 말이 있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마태복음 37장 37절부터 40절 사이에 나오는 말이다.

오죽하면 지자체의 강력한 종교집회 자제요청에도 불구하고 주말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대형교회 주변 주민들이 나서서 “시민의 생명이 달려있다. 집회금지 행정명령 철저히 준수하라”며 시위까지 벌이고 있겠는가.

페르시아 신비주의 시인 잘랄루딘 루미의 시처럼 이제 우리 모두 하루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봄의 정원’으로 가자. 우리 모두 함께 가서 축제의 꽃다발을 목에 걸고 축제의 촛불을 함께 켜자. 그렇지 않으면 이 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니 코로나19를 위해 우리 모두가 기꺼이 헌신하고 노력한 것도 그 빛을 크게 잃는다.

지금, 우리 모두는, 부디, 하나로, 합칠 때다. 그 앞에서는 피아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말한 잘랄루딘 루미의 「봄의 정원으로 오라」 시를 소개한다. 코로나19 정국에 한번 깊이 음미해볼 만한 시다.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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