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실담범자 반야심경’ 펴낸 도봉 법헌 스님

신묘장구대다라니 사경하면서
처음 실담범자에 관심 갖게 돼
일본 고타마 기류 찾아 가 사사
연구회 설립 후학 양성에 진력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실담범자 반야심경』이 편역 출간돼 주목받고 있다.

법헌 스님
법헌 스님

 

한국불교태고종 도봉 법헌 스님(서울 구로 법륜사 주지, 동방불교대학 교수)은 우리나라 최초로 『실담범자 반야심경』(학자원 간)을 펴냈다.

산스크리트어(語) 『반야심경』은 많이 있으나 산스크리트어의 모본이라 할 수 있는 실담자 『반야심경』 편역은 법헌 스님이 처음이다. 범어실담자(梵語悉曇字)는 인도의 굽타문자 계열에 속하는 문자로서 기원전 2세기 경에 아쇼카 부라흐미 문자가 기원이 되어 오늘날 인도의 여러 문자들이 만들어지는 근원이다. 아쇼카왕이 인도 전역을 통일하면서 점령지마다 석주(石柱)를 세워 이를 기념하기 위해 새긴 글들이 실담자의 기원이 된다. 범어실담자의 구성은 기본문자 51자와 자모(子母)의 결합법인 1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실담자기(悉曇字記)라 하는데, 4~5세기 경 북인도를 중심으로 사용되었던 문자들을 남인도 출신의 반야보리 삼장이 6세기 경에 당나라 오대산에서 구술한 것을 지광(智廣) 스님이 자형(字形)과 발음(發音)을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법헌 스님이 범어실담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여년 전 『신묘장구대다라니경』을 사경(寫經)하면서 부터다. 이상하게 생긴 모양이지만 뜻이

실담범자반야심경 표지.
실담범자반야심경 표지.

 

 

나 정확하게 알고 진언을 외우거나 사경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실담자 공부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자료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었을 뿐더러 실담자를 공부한 학자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고 산스크리트어로 된 책자들은 더러 찾아 볼 수 있었으나 실담자는 전무했다. 전국 각계각층을 돌며 스승을 찾았으나 이 또한 없었다. 스님은 5~6세기로 추정되는 일본 실담자 반야심경 원본을 필사한 필사본을 지인을 통해 어렵게 구입했다. 그리곤 독학으로 이 책을 섭렵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다듬어졌다고 느낄 즈음 점검차 일본에 건너가 실담자의 전문가로 알려진 고타마 기류(兒玉 義隆) 불교 밀교대학 부학장을 찾아갔다. 고타마 부학장은 독학으로 이뤄낸 스님의 실담자 실력에 놀랐다. 스님은 몇 주간을 그곳에 머무르며 사사했다. 그리곤 마침내 실담범자에 대한 실력을 고타마 부학장으로부터 인가받게 된다.

2010년 스님은 실담범자 진언 다라니연구회를 설립했다. 실담범자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더불어 후학들의 양성을 위한 지반다지기의 일환에서다.

이번에 스님이 『실담범자 반야심경』을 펴낸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분석된다. 그간 국내에서 반야심경이 선과 반야사상으로 접근해 나온 것은 2백여 종에 이른다. 거의 대부분이 교학(敎學)과 선교(禪敎)에 치중돼 있다. 스님은 이에 대해 “반야심경에서의 공사상이 교학에선 자칫 허무주의에 빠질 수 있고, 선수행에서는 선사들의 어록을 흉내 내는 잘못된 깨달음으로 변질될 수 있다”면서 “밀교의 진언 및 의례가 가미돼 실천이 동반된 통불교의 방향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스님의 의식이 『실담범자 반야심경』을 펴낸 동기다.

둘째는 실담범자 입문자들을 위한 교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실담범자를 공부하려는 입문자들은 교재가 없어 어려움이 컸다. 이 책은 교재로 손색이 없을 만큼 안정적인 체계와 해석으로 이해를 돕는다.

법헌 스님은 앞으로 ‘실담범자 다라니 만다라 연구소’를 만들 계획이다. 학회로 등록해 활동할 수 있도록 연구와 연구진을 확보해 운영한다.

또한 『진언집』의 발간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망월사 진언집』이 있지만 체제가 달라 뜻도 글자도 해독하기 어려운 게 많다. 이를 제대로 된 범자로 정리해 해석과 글자의 정확성을 도모한 진언집을 내년 중 발간할 예정이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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