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을 꺼내보니 시간의 초침들이 어디로 묻혔는지 모르겠다. 광혜 스님이다.

다섯 살 박이 어린 소녀가 머리를 삭발하던 날, 그 작고 붉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던 말, “저는 스님이 될 거예요.”

어린 소녀의 그 말과 그 눈빛은 아직도 내 명치끝을 치면서 내 눈물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내 행복을 적시게 한다.

오늘도 나는 내 세상 아픔을 달래주는 어린 소녀의 말에 고개 숙이며 ‘잊는다는 것도, 잊힌다는 것도, 잊어버려야

한다는 것도’ 다 잊고 산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낸 세월에 한없이 감사드린다.

형정숙(전 문화재청 헤리티지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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