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돌아가는 둥근 세상, 나무방울 목탁도 둥글둥글 돌아가는데 나는 물어 물어서 이곳 선암사까지 왔다. 저 멀리 아련히 보이는 행자님들이 오늘은 가사를 걸치고 스님의 길을 걷는다. 저 임들은 왜 하늘과 땅이 만들어준 인연 줄을 버리고 이곳 산문(山門)으로 들었을까. 아니면 도리어 부처님 인연 줄을 찾아 이곳 산문(山門)으로 들었을까?

부처님……, 저는 저 행자님들처럼 목탁을 울려볼 수도 없습니다. 지은 죄 108염주에 한 알 한 알 풀어가는 인생살이 육신으로 사죄하오니 저 커다란 목탁소리에 멀리 날아가게 하소서. 부처님 전에 보이지 않는 세상살이 끌어안고 큰절 하게 하소서. 봄, 여름, 가을, 겨울과 함께 목탁 울리는 산자락에서 제가 살아온 순간순간들을 눈물과 함께 두드리게 하소서.

형정숙(전 문화재청 헤리티지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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