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반, 제가 처음 절에 가고 법회에 참석하고 기도도 하고 삼천 배도 했지만, 부처님 법이나 스님의 법문이 귀에 쏙 들어와 기분이 홀가분해지거나 마음이 가뿐해지는 않았습니다.

 

제 가정사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으로도 힘들었고, 아이들도 한참 사춘기 때여서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워 매일 매일이 살얼음판 같은 날들이었습니다.

고통이 극에 달하니 ‘내가 이렇게 살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절로 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 스님한테 선물로 받은 『금강경』을 읽으며 ‘현실이 바뀌고 남편이 바뀌고 삶이 바뀌어야 내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현실을 대하면 고통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때 스님의 권유로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불교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스님의 법문을 한 번이라도 더 들으면 마음의 고통에서 더 쉽게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매주 불교공부를 하면서, 그리고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열려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통도 조금씩 덜어져갔고, 남편에 대한 원망도 조금씩 누그러져갔고, 아이들에 대한 신경도 조금씩 사르러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제 마음높이와 눈높이와 마음 안에 가두려고 하다 보니 일어난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나니 항상 겨울이었던 제 마음속에도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도 찾아왔습니다. 봄이 오면 소풍도 가고, 여름이 오면 계곡으로 피서도 가고, 가을이 오면 남편과 함께 단풍구경도 갔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렇게 변한 제 모습을 보고 스님이 지나가는 말투로 한 말씀 하셨습니다. “역시 부처님 법은 틀림없어요.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요.” 그러면서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불교대학 1년 만에 환한 웃음을 되찾은 저는 이제 그 누구보다 절 일에 앞장서고, 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가정적으로 큰 평화를 되찾고, 어느 가정보다고 큰 행복과 감사를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남편과의 사이도 신혼 때처럼 정말 좋아졌고요.

가정이 이처럼 안정되고 제 마음이 평화롭다보니 하는 일도 더욱 잘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직장에서도 동료들로부터 늘 좋은 말을 듣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제가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지 달려가 쓰이고 싶습니다. 부처님 법 공부를 하면서, 또 스님 법문을 들으면서, 그리고 절에 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감사하는 삶이었습니다. 항상 감사하는 삶, 제가 누군가에게 항상 쓸모 있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도 부처님 법을 만난 인연에 대해 한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기다원(경기도 의정부시 부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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