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고 나면 새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처님출가일 맞아 태고종, 2일 오전 11시,
전국 개별사암에서 개별적으로 일제히
‘코로나19 확산방지 및 조기종식 기원과
종단 내홍불식 및 종도화합 종단안정을 위한 참회기도’ 입재

“참회는 뉘우침도 있지만
미래를 향한 다짐도 담고 있어”

코로나19, 삼보정재와 계·정·혜
바로 하지 못한 탓

“은사라도
병든 제자 있으면 돌보아야”

부처님 뜻 되새기며
우리 모두 깊이 참회할 때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다. 자고 나면 새 눈덩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불교태고종(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2일 오전 11시, 총무원사 및 전국 시도교구종무원사와 개별사암에서 개별적으로 일제히 ‘코로나19 확산방지 및 조기종식 기원과 종단 내홍불식 및 종도화합 종단안정을 위한 참회기도’ 입재식을 갖고 1주일 기도에 들어갔다.

당초 이날 기도는 전국 시도교구종무원장 및 본산급 사찰 주지 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총무원사가 있는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에서 봉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종교집회 자제요청 및 총무원 소재지인 서울 종로지역에도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함께 모여서 하는 대법회 대신 총무원사와 전구 각 시도교구종무원사 및 개별사암별로 개별적으로 입재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참, 잘했다.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의 종교집회 자제요청에 부응해서만이 아니다.

참회(懺悔)란 뭔가. 뉘우칠 ‘懺’, 뉘우칠 ‘悔’로, 똑같은 뉘우침의 뜻을 담고 있지만, ‘참(懺)’은 지나간 허물에 대한 반성이고 ‘회(悔)’는 미래를 향한 다짐의 뜻을 담고 있다.

코로나19는 저절로,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과오 때문이다. 죄업 때문이다. 삼보정재를 하지 못하고, 계·정·혜를 바로 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종단이 극심한 내홍과 분규에 시달린 것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뜻에서 태고종단은 일찌감치 코로나19 확산방지 및 조기종식 기원과 종단 내홍종식 및 종도화합 종단안정을 위한 참회대법회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것도 이왕이면 ‘참회의 의미’를 의미를 더할 수 있도록 ‘부처님출가일(음력 2. 8, 양력 3. 2)’로 참회대법회일을 잡아놓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의 종교집회 자제요청과 총무원이 있는 서울 종로지역도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지난달 21일 부득이 규모와 장소를 변경, 총무원사 및 전국 각 시도교구종무원사와 개별사암에서 2일 오전 11시, 개별적으로 일제히 참회정진법회 입재식을 갖고 1주일 기도를 한 뒤, 9일 각각 회향하기로 한 것이다.

2일, 부처님출가일, 그러고 보니, 새삼,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부처님은 누구신가?”

‘그때 어떤 비구가 이질에 걸려 고생하고 있었다. 그는 설사를 자주 하여 누워 있는 자리가 더러워져 있었다. 그때 부처님은 시자인 아난다 존자를 데리고 비구들의 방사를 둘러보다가 그 병든 비구를 보게 되어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야, 너는 무슨 병에 걸렸느냐?”

“부처님, 저는 이질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너를 간호하는 사람이 있느냐?”

“없습니다, 부처님”

“왜 비구들이 너를 간호하지 않느냐?”

“저는 비구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부처님은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 가서 물을 가져오너라. 이 비구를 목욕시켜야겠구나.”

“예, 부처님”

아난다 존자는 물을 가져왔다. 부처님은 환자에게 물을 붓고 아난다 존자는 환자를 씻겼다. 그런 후 그를 부축하여 침상에 눕혔다.

부처님은 이것과 관련하여 비구들을 모으고 말씀하셨다. 어디에 병든 비구가 있는지, 무슨 병인지, 간호하는 사람이 있는지, 왜 간호를 하지 않는지를 소상하게 물으신 후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여기에는 그대들을 돌보아줄 어머니도 안 계시고 아버지도 안 계시다. 서로 돌보고 간호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대들을 돌보겠는가? 누구든지 나에게 시중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 병든 비구를 돌보아라. 만일 그에게 은사가 있다면 은사는 그를 평생토록 돌보아야 하며 병자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스승이나 방을 함께 쓰는 비구나 제자가 있다면 이들이 병자를 돌보아야 한다. 그러나 환자에게 이런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때는 승단이 환자를 돌보아야 한다. 만약 승단이 돌보지 않는다면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병자를 간호하기에 적절한 다섯 가지 자질이 있다.

-약을 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환자에게 무엇이 이로운지 무엇이 해로운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환자에게 이로운 것은 가져오고 해로운 것은 버린다.

-이득을 얻으려는 생각 없이 다정한 마음을 가지고 간호하여야 한다.

-똥·오줌·땀·구토물 등을 더럽다고 생각지 말아야 한다.

-환자에게 때때로 가르침을 설하여 기쁘게 하여야 한다.’<일아 역편, 『한 권으로 읽는 빠알리경전』(민족사)에서 인용>

각각 「마하왁가 8편 26:1-4」(병든 비구를 씻기시는 부처님)와 「마하왁가 8편 26:8」(훌륭한 간병인의 자질)에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 어느 언론에 ‘못먹고, 못자도, 웃는다…나는 대구 간호사다’라며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대구의 어느 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샌드위치와 과자, 음료수로 끼니를 때우고, 병원 안 장례식장에서 이불을 깔고 쪽잠을 자고, 방역용(N95) 마스크와 고글을 장시간 눌러쓰고 있느라 얼굴 곳곳에 붉은 상처가 났지만 활짝 웃는 ‘백의의 천사’ 모습을 담은 사진 세 장을 게재했다.

참, 감동적이었다. 눈물도 쫌, 났다.

그래서 그럴까. 2일, 부처님출가일을 맞아, 그리고 한국불교태고종에서 이날 입재한 ‘코로나19 확산방지 및 조기종식 기원과 종단 내홍불식 및 종도화합 종단안정을 위한 참회기도’를 보면서 대구지역에서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모습에서 ‘병든 비구를 씻기시는 부처님’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훌륭한 간병인의 자질’을 본다.

이 어찌, 우리 모두, 참회하지 않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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