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원광대서 ‘영산재의 식당작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한 민재보현 스님

범어 실담자를 밤새워 쓰다가 병원에 몇 번씩 실려 가
불자라면 준제진언과 법신진언 늘 암송하고 사경하길
얼마남지 않은 여생, 범어실담자 교육에 매진할 터

불교의식 영산재는 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되어 관리돼 오고 있다. 특히 봉원사 영산대재의 경우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우리나라의 글로벌 문화감각을 자랑하는 대표적 문화유산으로 자리하고 있다. 영산재는 부처님 재세 당시의 영산회상을 재현해 대중에게 불법과 신앙심을 고취시켜 정각을 이루게 하고 망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의식이다.

민재보현 스님은 이러한 영산재와 관련 식당작법(食堂作法)에 관한 연구로 원광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해 주목받고 있다. ‘식당작법’의 근본이념은 ‘공양(供養)’과 ‘반승(飯僧)’에 있다. 이것이 수행의 일부로서 영산재 의례의 중추적인 맥을 형성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 민재보현 스님은 연구를 통해 영산재의 도량장엄과 종이장엄을 직접 구체화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특히 범패소리의 다양한 종류 중 축원화청과 불교가사 화청의 차이점을 알아보고 어장(魚丈)인 송암의 목련화청을 채록하여 국악인 안남춘과 함께 ‘목련경강(目蓮經講)’ CD로 제작하기도 했다.

본지는 민재보현 스님을 본사 편집국에서 만나 영산재 및 천도재 재의식에 쓰이는 진언에 대해 먼저 묻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민재보현 스님이 자신이 사경한 진언을 소개하고 있다.
민재보현 스님이 자신이 사경한 진언을 소개하고 있다.

 

-진언을 직접 쓰게 된 동기부터 설명해달라.

▶내가 산스크리트어(실담자)에 대해 본격적인 수업을 받으면서 범어 실담자가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진언 혹은 다라니와 대비주에 많이 쓰이고 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주변에 널려있는 진언들의 소중함을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하루라도 빨리 이런 빛과 소금같은 진언들을 쓰게 하고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일지, 사명감일지 모르지만 마음이 바빠졌다. 범어 실담자를 밤새워 쓰다가 병원에 몇 번씩 실려 갔다. 손목도 물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어올라 한의사마저 글쓰기를 그만두라고 종용했을 정도다. 그러나 약침을 맞아가며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진언도 수행의 한 방법으로 활용되는가?

▶한국불교는 일본불교에 비해 교학이 200년 정도 뒤져 있다. 조선시대의 억불숭유정책의 영향도 있지만 한문불교에 의지한 영향도 크다. 일본 불교학의 이론적 체계는 우리나라보다훨씬 높다. 현재 일본은 진언종을 개창한 구카이(空海 774~835)스님의 영향으로 아자관(阿字觀)수행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는 실담자의 첫글자인 아(a-阿)자를 관하면서 아↷아↷아를 108번 암송하며 호흡조절을 통해 정신을 맑게 수행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해보면 웬만큼 집중하지 않고는 해내기 쉽지 않지만 성취감은 꽤 높았다.

-범어실담자에 대한 연구는 주로 어떻게 했나?

▶관련 자료집으로는 이태승 박사의 ‘진언집 범자 한글음역 대응 한자음의 연원과 그 해석’, 그리고 ‘서울대 박사학위를 받은 진언의 한글표기법 연구 등 이론적인 해석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쓰이는 연구는 윤소희 박사의 ‘범어범패의 장르적 특성에 대해’를 꼽을 수 있다. 윤박사는 범어범패를 진언과 다라니의 위신력인 주력신앙으로 보고 부처님 시절의 참말씀인 진언으로 범역하면서 의례에 쓰이는 범패의 재장에서 헌좌게를 한다. 또 헌좌진언 다게를 한 뒤 사다라니 작법과 복청게 이후 천수바라는 신묘장구대다라니로 대비주의 역할을 하므로 사실 천수바라는 작법무로 칭하는 것은 범어범패의 인식에 맞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스님께서 꼭 권하고 싶은 진언이 있나?

▶준제진언이다. 준제관세음보살님께서 이 진언을 많이 염송하거나 지니면 모든 중생들이 재앙과 재난을 소멸하고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준제진언을 불 밝히는 곳과 소리나는 불구(법고나 경쇠 등)에 써놓게 되면 비록 무거운 죄를 지어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거기에 비치는 불빛과 울려나오는 소리를 듣고 불국토에 난다고 하였다. 이는 <최승총지경>에서도 밝히고 있다.

또 하나는 ‘법신진언’이다. 이는 스님이라면 꼭 외우고 쓸 줄 알아야 한다. 성철 스님께서도 토굴에 안거하실 때 장궤합장으로 이 진언을 빼먹지 않고 하셨는데 지금까지도 많은 사찰에서 ‘아비라기도’라 명명하여 감응성불(感應成佛)의 위신력으로 믿고 있다. 성철 스님은 ‘옴 아비라 훔캄 사바하’의 이 진언만으로 영가천도를 하셨다고 할 만큼 비로자나 부처님의 삼생인연의 공덕이 있음을 증명한다.

-스님이나 신도들에게 원하는 스님의 바람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사경을 많이 한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에 걸맞는 진언쓰기도 반야심경 사경 하듯이 널리 전파되었으면 한다. 진언집 사경은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가 재의식을 할 때 천수다라니나 사다라니 같은 진언은 사물반주를 통해 북, 태평소, 징, 요령 등으로 재장 분위기를 신명과 함께 지극한 신심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마찬가지로 진언사경을 통해 신심을 끌어올리는 기회를 많이 만들길 바란다.

또한 마지막 바람이라고 한다면 얼마남지 않은 여생을 범어실담자 진언들을 재의식에 접목시켜 각 사찰에서 스님들 스스로가 쓴 진언들로 장엄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스님들이 진언 범어실담자를 배울 수 있게 총무원을 비롯한 각 교육기관에서 많은 배움터를 제공해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진언이야말로 부처님의 참말씀이라는 점을 우리 스님들과 재가자들의 가슴에 명백히 새겨지는 그날까지 열심히 가르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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