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 상좌부파의 법계와 칭호, 그리고 기타지역

본종에서는 12월 4일 오전 10시 제18차 법계고시를 실시한다.(종단사정에 의하여 이번 법계고시는 서류전형으로 전환하며, 발표는 12월10일, 품수식은 12월 18일 오전 11시로 결정됐다.) 현재 법계고시 응시자 수가 현 집행부에서 기대했던 것 보다 더 상회하여 호조를 보이고 있다. 1종단 2총무원이라는 종무행정이 난맥상을 이루고 있는데도 그래도 율곡로(사간동) 전승관 총무원(불이성 법륜사)이 정통이라는 믿음이 가는지 응시자들의 수가 상상외로 많이 접수되고 있다. 호명 측은 총무원에서 10여년 이상 서류 장난을 해온 철오와 정각을 시켜서 ‘구족계’를 한다, ‘법계고시’를 한다면서 종무행정을 어지럽히고 있지만, 눈 밝은 종도들은 결국 현 집행부가 소송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믿고 현 총무원 집행부에 응시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총무원에서는 12월 2일까지 응시원서 접수를 받는다. 해당되는 종도들은 원서 제출을 하기 바란다. 본종 제18차 법계고시를 계기로 본종단의 법계제도를 알아보고, 세계불교의 법계는 어떤지 동방불교대학 총장 원응 스님의 자문을 받아 3회에 걸쳐 정리해 본다.-<편집자 주>

 

이제 남방 상좌부의 법계와 칭호를 살펴보자. 먼저 태국 승가에서는 어떤 법계가 있는지 보면 다음과 같다. 태국은 계율을 철저히 준수하는 불교국가이기 때문에 승가의 법계는 율장에 근거하고 있다. 이제 막 불문에 입문하면 ‘사마네라(사마)’라고 부른다. 남자의 경우이다. 여자의 경우는 사마네리이지만, 태국 승가에서의 사마네리(사미니)는 없다. 계맥이 단절됐기 때문이다. 우리로 말하면 행자는 나와카라고 부른다. 남행자만 있지 여행자는 없다. 태국에서는 20세가 넘으면 비구계(구족계)를 수지한다. 구족계를 수지하고 5년이 지나면 니사야 무타카라고 하며, 5년에서 10년차 사이에 있는 비구를 마지마(중덕)이라고 하며, 10년차 이상이면 ‘테라(장로)’라고 부르며 계사(戒師우빠자야)가 될 수 있다. 20년차 이상이면 ‘마하테라(대장로)’라고 부른다. 이상은 승가전통의 법계와 칭호이다. 하지만 현재 태국불교에서는 좀 더 세분화되어 있다.

태국승가에서는 일단 비구계를 받고 나서 빨리어 시험 3급에 통과하면 ‘마하’라고 호칭한다. 태국승가의 법계는 1. 프라 쿠루산야밧 2. 프라 라차 카나(쵸쿤)로 분류한다. 프라는 보통 승려를 이렇게 부른다. 프라 라차 카나는 다섯 등급이 있는데, 프라 라차 카나 찬 사만(보통)부터 시작된다. 그다음 단계는 프라 라차 카나 찬 라즈, 프라 라차 카나 찬 텝, 프라 라차 카나 찬 탐, 프라 라차 카나 찬 롱 썸뎃(부 썸뎃은 판프롬) 이라고 한다. 이런 법계에 따라서 이름 앞에도 프라00라는 법명을 붙여서 부른다.

태국스님들을 몇 년에 한번씩 만나다보면 이름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는 데 앞에 법계 타이틀을 붙이기 때문에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법계가 상등됨에 따라서 이름이 바뀌는 것이다. 예를들어  중덕 보우, 대덕 보우, 종덕 보우, 종사 보우, 대종사 보우로 변하는데 그것은 법명은 그대로이지만, 접두가 법계 등급이 올라감에 따라 바뀐다. 그리고 항상 ‘대종사 보우’라고 호칭한다. 우리식으로는 보우 대종사, 보우 종사, 보우 종덕 이라고 부르는 것 과 같다. 한국불교에서는 00대종사라고 부르지 00종사나 00종덕이라고는 잘 부르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00중덕 00대덕이라고 이름 붙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태국불교에서 상가라자(승왕= 우리식으로 말하면 종정)는 썸뎃이라는 법계를 수지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종단식으로 말한다면 대종사 법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플러스 수행이력과 승가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태국에서 이름난 절 주지도 일정한 등급이상의 법계를 지녀야 한다. 태국에서는 연장자 스님은 ‘루앙 피’, 사숙은 루앙 타, 은사는 ‘루앙 포’라고 부른다. 자신의 은사가 아니더라도 은사처럼 연차가 있는 스님을 ‘루앙 포’ 라고 부른다. 프라 라차 카나 등급에 있는 스님들을 ‘쵸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승왕에게는 쵸쿤이라고 부르지 않고 상가라자라고 부른다.

태국승가는 한마디로 법계에 따라서 서열과 위계질서가 분명하다. 라오스나 캄보디아도 비교적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같은 상좌부 권이지만, 미얀마는 정부에서 법계를 품수하고 있다.

다만 미얀마 불교를 접하다보면 ‘사야도’란 칭호를 듣는 스님들을 만나게 된다. ‘사야도’란 장로(長老)의 의미를 갖지만, 개인차별로 무게감이 다른 사야도란 늬앙스가 풍긴다. 미얀마에서는 법계칭호가 안거 기간에 준하고 있다. 몇 안거를 성만했느냐에 따라서 법계가 주어지는데, 이것은 버마 불교의 특징이라고 하겠다. 바단타, 아쉰, 쉰, 우, 우파진, 사야도, 사야도기라는 칭호가 붙는다. 그러므로 미얀마 스님들도 접해보면 법명과 함께 법계칭호가 함께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쉰00, 밍군 사야도 등등의 법명을 만나게 된다. 명상으로 유명한 마하시 스님도 ‘마하시 사야도’라고 호칭한다. 우 판디타(사야도 우 판디타) 스님도 명상 대가로서 잘 알려진 큰 스님이다.

스리랑카 불교에서도 일종의 법계가 있다. 하지만 미얀마나 태국처럼 세분화 되어있지는 않고 테로, 마하테로 정도로 호칭되고 있으며, 세 개 종파가 있는데, 종파(부파)의 수장을 ‘마하 나야카’라고 부른다. 나야카는 지도자란 의미를 갖는다. 니카야(部派)의 수장이란 정도의 의미이다. 마하 나야카는 우리식 불교로 말한다면 ‘종정’급 지위를 뜻한다.

일본 불교는 다종파이다. 종파마다 법계가 다르기 때문에 초종파적으로 동일하지는 않지만, 각 종파마다 법계에 다른 호칭이 있다. 중국은 주지를 방장(方丈)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총림의 최고 어른을 방장이라고 호칭하지만, 중국에서는 주지이면 다 방장스님이다. 대만 불교에서는 대개 스님들을 법사(法師)라고 호칭한다. 나라마다 문화와 전통이 다르고 법계 호칭이 다를 수 있다. 외국 스님들을 만나면 이 점을 잘 살펴서 대했으면 한다.

우리 종단도 이제 법계제도가 현실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법계가 높은 스님들에게는 존경의 뜻을 표해야 하고, 종단 위계질서는 이런 법계에 의해서 질서가 잡혀야 한다고 본다. 법계에 맞는 수행력과 행해를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법계만 높고 수행력이나 행해가 엉망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 종단은 제도가 우리 종단 현실에 맞게 제대로 정립이 안 되어 있어서 과도기적인 현상이다. 법계란 불교 승가의 전통대로 한다면 구족계나 안거와 깊은 연관이 있다. 하지만 우리 종단의 실정과 형편에 맞게 법계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수계식은 사미(니)계가 됐던 구족계가 됐던 통과의례로서의 승려(니)가 되는 입문 절차나 통과의례의 개념에서 정립되어야 하고 그 이후의 과정에서는 법계를 철저히 해서 종단위계질서를 확립함은 물론 개인의 자질향상과 중생교화에 손색없는 불교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상으로 법계 고시와 관련하여 동방불교대학 총장 원응스님의 자료 제공으로 세계불교의 법계와 호칭을 정히해  봤다. 종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교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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