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조 말씀에 “화두만을 생명의 뿌리로 매(眛)하지 않도록 정진하라”

혜초종정예하
혜초종정예하

태고스님은 고려시대 분이지만, 국사의 가르침은 시(時)와 공(空)을 넘어서 천추만대에 길이길이 빛나는 보석 같은 금구성언(金口聖言)입니다. 불조(佛祖)의 혜명(慧命)과 역대 전등조사(傳燈祖師)의 심인(心印)을 철견(徹見)하신 선지식(善知識)이십니다. 태고종도들은 잠시도 종조님의 말씀에 어긋난 수행을 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시운(時運)이 불길(不吉)하여 종문(宗門)에 적주(賊住)들이 활개를 치고 총림회상(叢林會上)에도 공도(空道)의 본분종사(本分宗師)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바 없으니, 통탄(痛歎)의 곡(哭) 소리가 조계산에 진동하는 듯, 벼락이 치고 번개가 번쩍이며 뇌성(雷聲)소리가 계곡물 소리를 압도 하는 도다!

태고종도들이여! 이제는 각자 자기 절에서 안거에 임하고 화두공안을 들고 정진할지어다. 태고종조스님께서 남기신 태고어록에 보면,

어느 날 법좌에 오르시어 거량(擧揚)하시기를

“어떤 중이 조주에게 묻기를 ‘개도 부처의 성품(佛性)이 있습니까, 없습니까.‘라고 하니

조주스님이 대답하기를, ‘무(無)’라고 하였다. 이 무라는 글자는 마치 한 알의 환단(還丹=신선들이 비밀히 만들어 쓰는 신약)이 쇠에 대이면 금이 되듯이 하여서 조금만 ‘무’자를 들어도 삼세의 모든 부처님들의 면목이 뚜렷이 뛰쳐나오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태고법손들은 태고국사님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이번 겨울 안거기간에는 가능하면 딴 생각 딴 행동하지 말고, 십이시사위의(十二時四威儀) 가운데 다만 화두만을 생명의 뿌리(命根)로 삼아서 항상 매(眛)하지 않도록 하고 때때로 점검(點檢)하여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찬 겨울 안거가 끝나면 불이성에도 봄바람이 불어 꾀꼬리 날고 종다리 제비 지지배배 웃음소리 가득하리라!

희(噫) 희(噫) 희(噫)! 슬프고 슬프다.

불기 2563(2019)년 11월 11일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혜 초

(태고총림 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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