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기 대승불교 경전, 삼성(三性)을 밝힘

한역본 해심밀경
한역본 해심밀경
서안 자은사 대안탑 앞의 현장 삼장 동상
서안 자은사 대안탑 앞의 현장 삼장 동상
원측 법사
원측 법사

《해심밀경》(解深密經)은 인도의 중기 대승불교의 경전이다. 원래 명칭은 상디니르모차나 수트라(Sa­mdhinirmocana­ sutra)라고 하는데 산스크리트어 원본은 없으며, 한역(漢譯)으로는 《심밀해탈경》(深密解脫經)과 《해심밀경》((解深密經)) 2가지가 있으며, 부분 역으로 《상속해탈경》(相續解脫經)과 《불설해절경》(佛說解節經)이 있다. 티베트 역으로는 전역 1종이 있고 이 티베트어 역을 통한 프랑스어역이 있다.

《해심밀경》은 기원후 300년 전후에 성립되었다고 보며, 중기 대승경전에 속하고, 문답 형식으로 논술되어 있어서 경(經)이라기보다는 논(論)의 부류에 속한다. 인도의 유가유식설(瑜伽唯識說)과 중국 등지의 법상종(法相宗)의 근본경전 중 하나로 되어 있다. 신라의 고승 원측은 이 경전의 해설서인 《해심밀경소》(解深密經疏)를 지었다.

해심밀경의 내용은 8품(八品)으로 되어 있다.

제1품은 서품(序品)이고 제2~5품의 4품은 이론이며, 제6~8품의 3품은 실천에 관한 주제를 취급하고 있다. 특히 제3품인 〈심의식상품〉(心意識相品)에서 서술되어 있는 식(識) 사상은 불교 사상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즉, 식(識)은 인간이 생존하는 유일한 주체적 근거가 되는 것으로서 신체를 보지(保持)하고, 인간의 경험에 의해 형성되며, 후일 일체의 현상을 낳게 하는 종자를 포장(包藏)하고 있다고 설파하고 있다. 여기에 담긴 교의 또는 이론은, 원시불교의 무아(無我), 초기 대승불교의 공(空)과 같은 불교의 기본적인 원리 속에 들어 있으며 각양각색으로 변화하는 현실의 경험세계에 있어서의 주체에 관해서 이를 심리적으로 고찰하는 단서(端緖)를 열고 있다.

해심밀경에서 논하는 주요 이론은 삼성(三性)에 관한 것이다. 삼성이란 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이 그것이다.

삼성의 첫째는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이다. 본래 없는 것을 범부의 망상(妄想)으로 갖가지 추측·억측을 통하여 있다고 집착하게 하는 것으로, 예컨대 ‘토끼뿔’·‘석녀생아(石女生兒)’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토끼뿔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긴 귀를 뿔로 착각하는 경우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깨달음에 의하여 관조(觀照)된 경지가 아니라, 범부의 미망(迷妄) 때문에 있는 것처럼 잘못 판단되는 일체의 사물현상이다.

둘째는 의타기성(依他起性)이다. 만물이 인연에 의하여 생겨났다는 뜻으로, 사물은 언제나 원인과 결과에 의하여 생성소멸(生成消滅)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즉, 존재를 존재하게 한 근원이 소멸될 때 만물은 공(空)의 본질로 되돌아간다. 인연이기 때문에 무자성(無自性)임을 나타내는 유식의 철학관이다.

셋째는 원성실성(圓成實性)이다. 현상의 본체, 즉 원만하게 모든 것을 성취시키는 진실한 진여(眞如)의 경지를 가리킨다. 그것은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이며, 일체를 용납하는 사물의 본성이다. 그러나 공무(空無)라고 표현했을 때의 허무론적 관념을 타파하기 위하여 실성(實性)이라고 하였다. 이를테면 진공묘유(眞空妙有)의 근원적 진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을 유식삼성(唯識三性)이라고도 하는데, 특히 법상종(法相宗) 등에서 강조하기 때문이다.

법상종(法相宗·Dharma character school· Fa-Hsiang)이란 제법(諸法)의 성상(性相)을 분별하는 종(宗)이란 뜻으로 오위백법(五位百法)을 세워 아뢰야식(阿賴耶識)을 근본으로 하기 때문에 유식종(唯識宗)이라고도 한다. 유가종(瑜伽宗) 또는 자은종(慈恩宗)이라고도 불리었다.

법상종으로는 중국의 법상종과 한국의 법상종이 있다. 법상종은 인도에서는 미륵(彌勒, Maitreya-nātha:c.270~350)·무착(無着, Asanga: c.300~370)·세친(世親: c. 320~400)의 유가유식파(瑜伽唯識派)에 기원한다. 인도 불교의 유가유식파에 대응하는 중국·한국 또는 일본 불교의 종파는 《십지경론》을 소의 논서로 하는 지론종(地論宗)·《섭대승론》을 소의 논서로 하는 섭론종(攝論宗)·《성유식론》을 소의 논서로 하는 법상종(法相宗: 자은종·유식종·유가종)이 있다.

중국의 법상종의 시조는 당나라(618~907) 현장(玄裝: 600~664)의 제자였던 규기(窺基: 632~682)이다. 한국의 법상종의 시조는 신라(BC 57~935) 경덕왕(재위 742~765) 때의 진표(眞表:752)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진표는 유식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따라서 법상종의 개조가 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한편, 원측(圓測: 613~696)은 현장에게 사사하였으며 현장의 제자이자 중국 법상종의 제1조인 규기(窺基: 632~682)와 동문수학한 사이였다. 원측은 신라에 돌아오지 않고 당나라에서 입적하였는데 원측의 제자 도증(道證)은 692년에 신라로 귀국하여 원측의 유식학을 신라에 전했다. 한국의 법상종은, 진표(眞表:752)에 의해서 성립된 것이 아니며, 원측과 그 제자들에 의해 유식학 연구가 시작되었다가 순경(順憬)·태현(太賢: 8세기 중엽 경덕왕 때로 진표와 동시대인이다 등에 의하여 종파로 성립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신라의 원측(圓測)은 그의 『반야바라밀다심경찬(般若波羅蜜多心經贊)』에서 이 삼성의 입장에 서서 반야공(般若空)의 의미를 해석한 바 있다.

원측에 의하면 색즉시공(色卽是空)은 불이(不二)를 표방하는 불교의 요체(要諦)인데, 공무(空無)는 직관적으로서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증명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색(色)과 공(空)을 전술한 삼성의 입장에서 분석하였다. 변계소집적 색(色)이기 때문에 그 본질은 공이다. 왜냐하면 없는 것을 있는 듯이 착각하였기 때문이다. 또, 의타기적 색이기 때문에 공이다. 왜냐하면 인연이란 가합(假合)이며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성실성적 색 또한 공이다. 왜냐하면 공(空)이란 일어남도 일어나지 않음도 없는 그 본질의 진여 자체이기 때문이다.

오위백법(五位百法)은 유식 계통의 불교 종파인 법상종에서 세친의 《대승백법명문론(大乘百法明門論)》에 근거하여 일체의 만유제법(萬有諸法)을 크게 다섯 종류의 총 100개의 법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대분류인 오위(五位: 다섯 종류)는 심법(心法)·심소법(心所法)·색법(色法)·심불상응행법(心不相應行法)·무위법(無爲法)이다. 소분류인 백법(百法: 100가지 법)은 심법(心法)에 8개의 법·심소법(心所法)에 51개의 법·색법(色法)에 11개의 법·심불상응행법(心不相應行法)에 24개의 법·무위법(無爲法)에 6개의 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위백법을 세운 법상종에서는, 비록 일체의 법을 다섯 종류의 총 100개의 법으로 나누지만, 이들 100개의 법은 ‘모두 실체가 없는 것(並無實體)’으로 단지 ‘가상으로 또는 임시로 세운 것(假立)’이라고 말한다.

정현<불이성 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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