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도여론 바탕위에서 종무집행 돼야

종단사정이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불교로 말하자면 그나마 사찰행사를 알리는 절호의 기회다.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무드와 10월은 불교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건이 자연스럽게 조성되는 시즌이라서 힘 많이 안들이고도 불교를 홍보하는 좋은 찬스다. 기독교는 정치적으로 정당과 함께 움직일 정도로 우리 사회와 나라의 현안 문제에 까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정교분리라는 헌법상의 경계까지 무너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이런 정치적 행동이나 제스처 까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불교 본연의 목소리를 내고 몸짓을 하는 기본 동작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종단이 태고종이다. 종단이 양분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종무와 종단행사가 여법하게 진행될 리가 없다.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까지 첨예하게 대립해야할 일도 아닌데 잘못 꼬여가고 있는 종단 현실이 통탄스럽다. 맨발로 뛰어도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인데 가만히 앉아서 처다만 보는 형국이니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해야할지 망연자실할 뿐이다.

결국 종단해법이 소송의 결과에 좌우되겠지만, 그동안 안겨준 종단의 이미지와 위상은 추락할 데로 추락했고,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한참 동안 에너지를 쏟아야 할 판국이 되어 버렸다. 이 상황에서 호명스님 측에서 10월 17일 태고총림 선암사에서 취임식을 한다고 세를 모으고 있는데, 이것은 아닌 것 같다. 종단이 정상화되면 축제 분위기에서 모든 종도의 축하와 희망을 주는 기대감 속에서 거 종단적인 행사를 해야지 억지로 반쪽 행사를 한들 얼마나 호응이 될 것이며 또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정당화 되는 것도 아닌데, 구태여 하려고 하는 의도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본다.

지금 종단의 가장 현안쟁점은 ‘총무원장 지위문제’이다. 지위문제가 사회법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우리 종단 내부의 자체 법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심판을 법원에 까지 의뢰한 상황으로 발전하게 됐다. 그러면 법원의 판결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무슨 일이던지 강제로 하려다보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같은 총무원사무실에서 불편한 동거를 하는 모양새도 기형적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기 싸움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꼴이어서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종단의 미묘한 국면에서 태고종의 권력구조상의 종권과 종도의 민심을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3회에 걸쳐서 우리 종단의 권력구조상의 종권과 종도들의 여론 형성과 민심, 향후의 전개 등에 대해서 분석하여 통찰하고 발전지향적인 개선점을 찾아보자는 의도에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종권과 종도의 민심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정의하고 있다. 종교에도 이런 명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가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서구 종교들을 보면 대체로 중앙집권적인 계층제(hierarchy)이다. 계층제는 하이어라키(hierarchy) 또는 히에라르키(독일)라고 해서 단순하게 표현하면 "위", "아래"의 개념이다. 주로 피라미드형의 계단적 조직구조를 가리킨다. 원래는 성직자의 지배구조였다. 예전 가톨릭교회와 정교회 등에서 이 용어의 현대적 의미인 ‘계층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던 것이 기원이다. 현대에서는 사회 시스템에서 기업체계 등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태고종의 현실에서 사실상 종헌.종법이라는 너무 무겁고 두꺼운 거추장스러운 옷(종법)을 입고 운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몸짓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90년대쯤에서 이런 불편한 옷을 벗어 던지고 태고종에 맞는 옷을 입었어야 했지만, 실기(失機)해버렸다.

그 불편한 몸짓의 발로가 바로 종회와 집행부의 대립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90년대 j종의 개혁바람을 알고 있다. 이미 87년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우리사회는 엄청난 정치 사회적 변화를 겪었다. 불교계에서는 그나마 j종이 이런 민주화의 물결에 동참했고, 격렬한 진통을 겪으면서 두 차례의 개혁이란 몸부림을 치면서 성장통을 앓았다.

이제 솔직히 우리 종단은 개혁이나 제도면에서 j종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종조나 법맥상의 정통성 문제 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권력구조나 종도들의 민심의 향배, 제도에 대해서는 태고종은 한참 비껴 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한다.

삭발염의나 승가전통은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하겠지만, 종단민주주의나 제도적인 체제와 종도들의 여론형성과 관점 등에서 전혀 다른 이념적 성향으로 바뀌어져 있다.

내가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우리 종단의 종헌.종법상의 모순 상충이다. 현재의 종헌.종법을 제대로 인지하여 운영해 갈만한 지적 토대가 안 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서 종단 권력이 종도들로부터 나온다고 치면, 종도들의 밑바닥 여론과 정서가 종회나 집행부에 반영이 되고 전달이 되어서 논의되고 어떤 결론이 도출되어 다시 종도들에게 역으로 돌아가서 피부에 와 닿아야 하는데, 이런 민주적 순환과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면서 전근대적인 계층제의 사고(思考)가 그대로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풀어서 생각해 보자면, 종도들의 민심이나 바람이 종회로 반영되어 충분한 토론과 담론이 형성되면서 여론형성이 되고 하나의 정책으로 입안이 되어서 집행부에 제공되고 종무 행정적으로 실행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토론문화나 의사결정 능력이 뒤죽박죽되다보니 혼선만 빚어지고 종단 현실에 맞지도 않는 종법 타령만 하게 된다는 진단이다.

이 정도의 담론을 전개해 나갈 평균수준이 저하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렇다보니 이른바 소수의 종회전문가가 등장하게 되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종회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집행부와의 대립과 갈등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종도들의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서 종회에 반영이 되고, 일선 교구 종무원의 민심과 정서가 그대로 총무원 집행부에 여과 없이 바로 전달되어서 종무행정 집행에 참고가 되어야 하는데, 교구 종무원에서 왜곡해 버린다면 종도의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된다.

지금 종단의 가장 현안문제는 종단체질과 형편에 맞는 종법의 개정인데, 종회에서 집행부 견제용으로 누더기 종법을 개정하다보니 종단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현재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원장불신임’ ‘종무원징계법’ 등이 다 ‘누더기 종법’ 개정이라는 불순한 의도에서 행해진 결과물이다.

시계바늘은 멈추는 법이 없다. 제14대 종회가 저물어 가고 있다. 어떤 지침을 따르던지 제15대 종회의 구성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양측에서는 단일 종회 구성만큼은 어떤 형식으로든지 결실이 맺어져야 파국을 면한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하는 것 같다. 문제는 종단에 여론 형성 메이커들이 부족해서 이런 긴급한 현안을 조율하는 오피니언 리더 그룹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보니 해법 찾기가 정말 난감한 상황이다.

원응<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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