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동기 뚜렷해야 수행전법 매진할 수 있어

연수부장 설봉스님이 행자들에게 습의교육 지침을 설명하고 있다.
연수부장 설봉스님이 행자들에게 습의교육 지침을 설명하고 있다.
습의사 설봉스님(연수부장)
습의사 설봉스님(연수부장)

종단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이다. 여기서 종단사태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종단으로 입문하는 출가자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종단이 화합 속에서 새로 입문하는 행자들을 맞이해야 하는데, 총무원이 두 편으로 갈려서 따로 행자교육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그렇지만 종단이 안정되면 다 같은 종도로서 태고법손이 될 것이다. 어디서 행자교육을 받던지 같은 종도라는 전제 하에서 습의사로서 행자 교육에 대한 짧은 소견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행자교육 이전에 출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자. 출가란 장난 비슷하게 어디 여행가는 기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비장한 각오와 결의가 없이는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고대 인도에서부터 이런 출가란 전통이 생겼다. 인도에서는 출가를 빨리어로는 ‘빠바자’라고 하며, 산스크리트어로는 ‘프라브라자나(pravrajana)’라고 하는데, 이 말의 뜻은 ‘번뇌에 얽매인 세속에서의 인연을 버리고 재가생활(在家生活)을 떠나 오로지 불교 수행에 힘쓰는 것이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말하자면 출가하여 수행하는 승려를 출가자(出家者)라고 하는 것이다.  출가한 남자 승려를 ‘빅쿠’라고 하며 여자를 ‘빅쿠니’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20세가 넘어서 구족계(우빠삼빠다)를 받아야 이런 호칭이 가능하다.

20세 미만이면 사미(남자) 또는 사미니(여자)라고 한다. 불교적 입장에서 보면 출가란 바로 ‘빅쿠’ ‘빅쿠니’가 되는 과정이다. 인도에서는 불교 이전에도 출가자들이 많이 있었다. 이런 자들을 슈라마나(사문)라고 불렀다.

사문(沙門, 슈라마나)의 뜻은 식(息)·근식(勤息)·정지(淨志) 등으로 번역되는데, 여러 선법(善法)을 근수(勤修)하고, 악법(惡法)을 행하지 않으며, 심신을 조어(調御)하여 청정(淸淨)한 깨달음의 길을 지향(志向)하고 노력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출가자의 총칭이다.

고오타마 싯다르타(석가세존)가 무상대도를 깨치고 나서,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이룬 다음에 부처(覺者)가 되어 불교 승가 공동체를 설립하여 자연스럽게 부처님 회상으로 모여든 사문들을 고오타마 싯다르타 사문들, 즉 ‘빅쿠’ ‘빅쿠니’가 되었다.

브라만교에서는 바라문이라고 불렀지만, 브라만교 이외의 출가 수행자를 대체로 사문이라고 호칭했다. 나중에는 주로 불교 출가 수행자들을 사문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빅쿠’ ‘빅쿠니’로 통칭하게 된 것이다.

인도에서의 출가 전통은 불교만이 아니고 자이나교와 아지위카(邪命外道)라고 하는데, 고대 인도에서 육사외도의 하나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이들을 부를 때 사명외도라고 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는 의미이다. 불교도들이 볼 때 그들의 그릇된 생활 방법을 취한다고 해서 사명외도(邪命外道)라고 했다. 이들은 인간이 번뇌에 오염되거나 청정해지는 과정과, 인간의 고락과 선악에는 아무런 원인이나 조건이 작용하지 않고, 오직 자연의 정해진 이치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교적 사생관이나 인생관이 아닌 것이다. 결국 이 아지위카 파는 인도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냐 하면 불교는 정도(正道)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도 인도에 가면 힌두교의 출가 사문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을 ‘산야사’란 출가 유행승(遊行僧)이 있다. 그야말로 무소유의 삶을 사는 힌두 출가 사문들이다. 우리 불교에서도 출가자로서 구족계를 받고 나서 어느 정도 수행이 된 다음에는 ‘만행(萬行)’이라는 운수납자의 전통이 있지만, 최근에는 매우 소수의 스님들만이 이런 만행을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불교라는 승가공동체를 세우시고 어언 2천 6백여 년의 성상이 흐르는 동안, 불교는 체계화되고 부처님 법을 따르는 우리들은 일정한 제도와 체계 속에서 전통과 역사에 의한 하나의 독특한 종파에 소속하여 그 종파의 종승(宗乘)을 따르게 된 것이다.

종승이란 종지(宗旨) 종풍(宗風) 등을 말한다.

이제 태고종에 입문한 행자들은 왜 출가했으며, 행자로서의 어떤 교육을 받는지에 대해서 감을 잡았을 것이다. 무조건 머리 깎고 회색 승복만 입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머리 깎고 회색염의를 입고 홍 가사를 수하기 전까지 태고승가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태고종승을 배워야 한다. 이런 기본 교육 즉 기초교육을 받는 과정이 바로 행자교육이다. 습의(習儀)란 태고종 승려(니)로서의 훈습과 어떤 의례의전(儀禮儀典)을 익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같은 공동체에서 같은 목적과 공동의식(共同儀式)과 일맥상통하는 의식(意識)을 갖고 수행전법이라는 출가사문의 사명과 책임을 함양하여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의 본분을 다하는 훈련을 받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얄팍한 생각으로 호의호식하고 편안한 삶을 위해서 출가를 한다면 이것은 아주 위험한 출가동기이다. 물론 출가 동기에 대해서는 각자의 삶이 달랐기 때문에 다양한 출가 동기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단 출가한 다음에는 태고종도로서의 출가사문이란 사명감을 갖고 불교지도자로서 종교지도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각고의 수행과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설봉<총무원 연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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