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경과 위경문제

인도에서 불교전파 경로.
인도에서 불교전파 경로.
대방광원각약소주경 권하 2조선 초기에 찍어낸 고려판 '대방광원각약소주경'의 후쇄. 목판본. 1권(권하 2) 1책. 보물 제1171호. 호접장으로 제본되어 있다. 이 책은 원각경에 대한 종밀의 주석본으로 속장계열의 판식을 지니고 있는 송판본을 입수해 번각한 것이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대방광원각약소주경 권하 2조선 초기에 찍어낸 고려판 '대방광원각약소주경'의 후쇄. 목판본. 1권(권하 2) 1책. 보물 제1171호. 호접장으로 제본되어 있다. 이 책은 원각경에 대한 종밀의 주석본으로 속장계열의 판식을 지니고 있는 송판본을 입수해 번각한 것이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중국불교에서는 원각경을 매우 중시 여긴다. 원각경은 본래 이름이《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 이라고 하는데 줄여서《원각경》(圓覺經)이라고 보통 부르고 있다. 원각경은 대승불교불경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경전이다. 당나라 때 북인도 계빈(罽賓카시미르)의 승려 불타다라가 한역(漢譯)하였다.《대방광원각경《원각수다라요의경》《원각요의경》이라고도 하며, 한국의 불교 강원에서 4교과의 하나로 채택된 경전으로 불교수행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경전이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일체 중생의 본래성불(本來成佛)을 드러내는 ‘원각’ 즉, 원만한 깨달음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가장 뛰어난 경전이라는 뜻이 된다.

동아시아 불교권인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원각경을 대승경전으로서 중요하게 여기면서, 한국에서는 강원의 사교과 교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본다면 원각경의 내용은 매우 깊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경전을 판석(判釋)할 때, 불설(佛說)이냐 아니면 비불설(非佛說)이냐로 구별하는데, 불설이면 아주 권위 있는 경전이고 비불설이면 ‘믿을 수 없는 경전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남방불교권에서는 ‘대승비불설(大乘非佛說)’이라고 단정 지워서 어지간하면 불교의 정경(正經)으로 수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논쟁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기독교의 경우에도 이런 정경이냐 외경이냐의 논란은 기독교사상이나 기독교 역사에서 핫이슈이다. 불교에서도 이 문제는 심각한 논쟁의 대상이 된다. 불설이면 권위가 있고, 비불설이면 그 권위가 매우 떨어진다. 여기서 길게 논의할 사항은 아니고, 아무튼 중국불교 13경 가운데 원각경은 매우 상위권에 속하는 경전이다.

한국불교에서보다도 원각경은 중국불교에서는 매우 인기 있는 경전이다. 중국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이 원각경이다. 한국은 금강경, 일본은 법화경이다. 같은 동아시아권 불교이지만, 이처럼 소의경전에 따라서 불교를 보는 판석과 기준이 다르다.

결론은 원각경이 불설이냐 아니냐는 논란에 앞서서 원각경은 중국불교에서는 매우 인기 있고, 중국인의 사유에 딱 들어맞는 경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은 693년 북인도의 승려 불타다라(佛陀多羅)의 한역본이지만, 이 경의 산스크리트어 원본이 없어서 중국에서 만든 위경(僞經)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이 경은 1권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12장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12보살과 문답한 것을 각각 1장으로 하여 구성한 것이다.

제1 문수보살장(文殊菩薩章)은 이 경의 안목이 되는 부분으로 여래인행(如來因行)의 근본과 과상(果相)을 설하고 있다. 즉, 인지(因地)에 원각을 닦는 자가 모든 현실이 허공의 꽃이요 몽환인 줄을 알면 곧 생사윤회가 없어질 뿐 아니라 생사가 곧 열반이 되고 윤회가 곧 해탈이 된다는 것이다.

제2 보현보살장(普賢菩薩章) 이하는 이러한 원각을 닦고 증득하는 데 필요한 관행(觀行)을 설하고 있다. 보현보살장에서는 중생들이 원각의 청정경계(淸淨境界)를 듣고 수행하는 방법에 관하여 설하였다. 제3 보안보살장(普眼菩薩章)에서는 중생들이 어떻게 사유하고 주지(住持)해야 하는가에 관하여 설하였다.

제4 금강장보살장(金剛藏菩薩章)에서는 ① 만일 중생이 본래 성불한 것이라고 한다면 왜 다시 일체의 무명(無明)을 설하였는가, ② 만일 무명이 중생이 본래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어떤 인연으로 본래가 성불한 것이라고 설하였는가, ③ 만일 본래 불도를 이루고 다시 무명을 일으켰다면 여래는 어느 때 다시 일체 번뇌를 일으킬 것인가 등의 질문에 대하여 답하고 있다.

제5 미륵보살장(彌勒菩薩章)에서는 윤회를 끊는 방법, 제6 청정혜보살장(淸淨慧菩薩章)에서는 성문성(聲聞性)·연각성(緣覺性)·보살성(菩薩性)·여래성(如來性)·외도성(外道性) 등 오성(五性)의 소증차별(所證差別)에 대하여 설하였다.

제7 위덕자재보살장(威德自在菩薩章)에서는 중생의 세 가지 근성(根性)에 따른 수행방법을 설하고 있다. 제8 변음보살장(辯音菩薩章)에서는 원각문(圓覺門)에 의하여 수습(修習)하는 길에 대해 설하였다.

제9 정제업장보살장(淨諸業障菩薩章)에서는 말세중생(末世衆生)을 위한 장래안(將來眼)에 관하여 설하였다. 제10 보각보살장(普覺菩薩章)에서는 수행하는 자가 닦아야 할 법(法)과 행(行), 제거해야 할 병과 발심하는 방법, 사견(邪見)에 떨어지지 않는 법 등을 설하였다.

제11 원각보살장(圓覺菩薩章)에서는 원각경계(圓覺境界)를 닦기 위하여 안거(安居)하는 방법을 설하였다. 제12 현선수보살장(賢善首菩薩章)에서는 이 경의 이름과 신수봉행(信受奉行)하는 방법, 이 경을 수지(受持)하는 공덕과 이익 등에 대하여 설하고 있다.

이 경은 고려의 보조 국사인 지눌(知訥)이 깊이 신봉하여 요의경(了義經)이라 한 뒤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통되었고, 조선 초기 함허 득통화상(涵虛和尙)이 《원각경소(圓覺經疏)》 3권을 짓고 유일(有一)과 의첨(義瞻)이 각각 사기(私記)를 지은 뒤 정식으로 우리나라 승려의 교과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이와 같이 이 경이 널리 독송, 연구되고 많은 주석서가 만들어져서 불교수행의 길잡이가 되었던 것은 이 경이 훌륭한 이론과 실천을 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문체가 유려하고 사상이 심원하며, 철학적으로나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대승불교권에서 위경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중국에서 불전을 한역할 때, 인도나 중앙아시아의 불경원전을 번역한 것이 아니고, 중국에서 중국인에 의해서 찬술한 경전을 위경이라고 한다. 하지만 100% 단정할 수 없는 것이 이 위경이기도 하는데 그래서 학계에서는 위경(僞經)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의경(疑経) 즉 ‘의심되는 경전이다.’라는 뜻으로 의심할 ‘의’ 자를 사용한다.

중국에서는 동진(317년∼420년)의 도안(314∼385년) ‘종리중경(綜理衆経)목록에서 의경록(疑経録)이 들어 있어서 대장경에는 입장(入藏)되지 않았다. 이런 의경 즉 위경은 진경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대장경에는 제외되었지만, 원각경 같은 경우에는 경의 내용이 너무 수승해서 진경이나 다름없는 경전으로 대접받고 있다.

정현 <불이성 한주>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