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의 정신적 지주, 모든 불자에게 존경받아야

종정, 종단의 표상이자 상징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종단상 건립을 위해서는 체제와 제도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종단의 정신적 상징인 종정예하나 승정 스님들에 대한 권위와 위의(威儀)가 갖춰져야 한다. 종단사태로 종정예하에 대한 권위가 땅에 떨어지기 직전이다. 누가 종정이 되고 승정 스님들이 되더라고 종단에서는 각별한 예우와 신경을 써야 한다.

불교의 목적이 무엇인가.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다. 수행과 전법, 이 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종단이라는 승가공동체의 권위는 매우 중요하다. 공동체 최고 상징인 종정 예하는 아무나 되는 자리가 아니다. 종단의 표상이다. 또한 종통 계승자라야 한다. 신성과 존엄의 권위와 지위를 갖는 엄중한 위상이다. 종권 다툼이 있다고 할지라도 종정예하에 대한 권위는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 종정의 권한이나 추대 방법 등은 두 번째 치고라도 종통의 계승자이어야 하지 승보(僧譜)가 분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또한 태고종의 종통계승을 하는데 있어서 종지종승을 계승하는데 아무런 하자가 없어야 할 것이다.

종정 당사자로서의 자격은 한 종단의 표상이 될 만하고 상징성이 있어야 하고 인품과 덕망이 수승한 분이라야 한다. 불교 내에서의 갖춰야 할 대체로의 객관적 자격구비는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우리 종단에서는 종법상 ‘비지(悲智)가 원만하고 혜행(慧行)이 탁월한 자로서 승랍50세 연령 70세 법계는 대종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승정도 대체로 종정과 같은 자격을 구비해야 함은 당연하다. 승정가운데서 종정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불교가 우리나라에 수용된 이래 고구려 시대부터 국가에서 임명한 승관(僧官)에 의해서 승가공동체의 수장으로 명맥이 이어져 왔지만, 불교 공동체 내에서의 존경과 신망에 의한 추대가 그 중심을 이루어 왔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근대에 이르러 불교계 종단에서 종정이라는 정신적 지주는 어디까지나 법통에 의한 것이었다. 동아시아 불교인 중국 한국 일본 등은 법통(法統) 즉 법맥 상속에 의한 종통(宗統)이며, 티베트 불교인 금강승 불교도 학통(學統)이나 전세영동(轉世靈童)에 의한 활불(活佛)제도에 의한다.

하지만 남방 상좌부 불교는 계맥(戒脈) 즉 율맥(律脈)을 따르고 있다. 그러므로 부처님 재세 시 교단에서부터 면면히 이어온 율맥에 의해서 승가공동체의 수장이 추대되어 왔다. 남방불교 국가인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승가의 독특한 전통과 관습이 있다고 할지라도 율맥이 그 근거가 되어 승가공동체 수장을 선임해 오고 있다.

대승권인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근대불교 종단제도가 성립되면서, 종정(승정)이라면, 이판승(理判僧)의 선종(禪宗) 출신 승려가 종정 직에 올랐다. 교종(敎宗) 출신보다는 선종 출신의 대선사(大禪師)는 오랜 수행력을 바탕으로 견성한 도인이라고 인정된 명안종사(明眼宗師) 가운데서 종정이라는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선임 과정에서는 추대나 아니면 선거방식이 개입된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종정에 등극할 수 있는 분은 우리종단 종법에서 규정했듯이 ‘비지(悲智)가 원만하고 혜행(慧行)이 탁월한 자’여야 한다. 승가 공동체 내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존경 받는 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종정은 아무나 될 수 없는 수행력을 바탕으로 한 법력과 권위를 지닌 분이어야 하고, 한 종단의 큰 어른으로서 모든 종도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일반 불자나 국민들로 부터서도 존경받는 수행자가 종정이라는 정신적 지주의 직에 오르는 것을 상식으로 여겨 왔다. 우리 종단 종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승정도 적어도 종정 직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구비한 분들이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종단의 정신적 지주, 종신제 바람직

지금 한국불교계에는 30여 종단 외에도 1백여 군소종단이 난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수많은 분들이 종정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어서 종정이라는 권위가 훼손되어 있지만, 태고종은 창종 전에는 조계종과 역사를 함께 공유하고 있어서 종정도 통합종단 초기까지는 같다고 보지만, ‘70년 태고종이 창종되기 전인 한국불교조계종의 묵담대종사, 태고종(한국불교 조계종과 통합)의 대륜 대종사, 보성 대종사, 덕암 대종사, 우백암 대종사, 혜초대종사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불교 교단사의 큰 줄기에서 ’태고파‘로의 분파라고도 할 수 있다. 아무튼 태고종의 종정에 올랐던 분들을 상기할 때, 종정이라는 직위에 아무나 등극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종도들은 확실하게 인식하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종법 상에는 종정을 원로회의에서 추대하는 것으로 명문화 되어 있지만, 승정들이 추대해야 옳다고 본다. 현행 종법 상, 원로회의에서 추대하게 되어 있으나 향후에라도 원로회의 보다는 승정들이 종정을 추대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태고종의 종단권력 구조가 종정 중심제라면 원로회의나 중앙종회에서 추대한다고 하지만, 현재 우리 종단의 권력구조는 총무원장 중심제이기 때문에 종정은 종단의 표상으로서 상징적 존재이며 정신적 지주요 종단의 가장 큰 어른으로 추앙되는 권위를 지닌 도인으로 존경받는 분이어야 한다.

남방불교는 대체로 한번 승가의 수장(종정)에 오르면 종신제이기 때문에 한국불교처럼 임기제에 의하여 교체가 없다. 태고종도 현재, 혜초 종정 예하만한 분이 없다고 본다. 임기가 끝났다고 해서 교체만이 능사가 아니고, 종정 직에 오를만한 분들이 있는가를 살펴보고 종법을 개정해서라도 종정은 종신제로 법을 개정해서 종단의 권위와 위상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보아야 한다고 본다.

태고종은 지금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다. 사태의 추이를 보면 종단이 제 자리를 잡으려면 향후 몇 년은 소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해 본다. 창종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누가 총무원장이 되고 종정 직에 오른다고 할지라도 상당한 진통과 몸살을 앓을 것으로 관측하는 것이 불교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견해요 진단이다. 종단이 아직도 체제와 제도 개혁을 하지 못하고 인적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그만큼 종단에 유능한 사판승이 부족하다는 증거이며, 또한 그동안의 종단 역사로 볼 때, 이판승을 양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이것은 종단이 그동안 수행과 교육을 제대로 못해 왔고, 행정중심의 종단운영으로 난맥상을 가져왔으며, 종단 소속 사찰이 99%가 사설사암이라는 구성요소를 도외시한 채, 종찰 또는 공찰개념에서 제정된 종헌.종법 상의 법체계에 의한 종단제도와 관리.운영에 기본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태고종이 명실 공히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역사와 전통을 새롭게 재인식하고 정체성 확립에 의한 종단 체제와 제도개혁, 종도(승니)들의 자질(資質)향상에 의한 이념(선교양종에 의한 통불교적 불교전통) 확립이 우선되는데 뼈를 깎고 살을 에는 듯 한 아픔의 고통과 용맹정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원응<주필>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