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지 말자

정선스님(행정부원장)
정선스님(행정부원장)

비유가 좀 이상하지만, 누구누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전체 판을 깨는 행위는 하지말자. 매사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우리 종단 문제만 해도 이제 어지간히 반목하고 서로 흠집을 냈으니, 수습해야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정말 명색이 행정 부원장이라는 위치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진퇴양난의 심정이다. 솔직히 나는 종단 정치를 모른다. 강원교구 인연으로 현 총무원장스님 집행부의 일원으로 참가했다. 사실, 그동안 너무나 불편하고 황당한 일들을 많이 겪어서 병이 날 지경이다.

총무부장 부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물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종도들도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어쨌든 제26대 편백운 총무원장 집행부가 종단부채 청산하고 종단 안정시키고, 종단을 새롭게 발전시키겠다고 의욕을 갖고 추진하면 어느 정도의 기간까지는 지켜봐 줘야 하는데, 솔직히 종회가 너무했다고 본다.

종단재산환수 과정에서 추진하는 과정에 있는데,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지금의 종단사태가 생기고 말았다. 지나간 일을 또 거론하고 이유를 따져봐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비 밖에 더 있겠는가.

현 집행부에서 종단사태 수습해법을 제시했으면, 신중하게 수용해서 대화도 하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당사자들 모두가 뒷짐만 지고 있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현 총무원장스님이 ‘방하착’ 하겠다는 대 용단을 내려 중대발표를 했으면 거기에 상응하는 반응이 나와야 한다. 제15대 구성해서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해서 민주적인 직선제에 의해서 새 총무원장 뽑아서 새 집행부 구성하자고 제안했으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집행부에서 이 정도의 결단을 내렸으면 엄청난 양보를 한 것이다. “불신임(탄핵) 됐으니, 타협이란 없으며 무조건 인계인수해라”라고 한다면 일이 풀리지가 않는다. 절차적 하자를 안고 종회에서 강행한 것이고, 탄핵사유가 될 만한 횡령.배임이 이미 검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처분 결정이 났으면, 불신임은 잘못된 것이다. 불신임 가지고 밀고 당기다 보면 결판나는데 2 〜3년은 족히 걸린다. 제26대 집행부는 임기 마치고도 더 연장될 수도 있다. 소송 전에 의지해서 해법을 찾으려면 누가 유리하겠는가.

현 총무원장스님은 백보를 양보해서 “좋다, 종단과 종도를 위해서 방하착 하겠다”고 용단을 내려서 새판을 짜도록 마음을 비웠으면 당사들은 수용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시간은 우리 종단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때에 맞는 움직임이 필요한 것이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까지 태울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솔직히 집행부 입장에서는 제15대 종회와 원로회의 구성을 위해서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 집행부에서는 더 이상 현재의 종회, 원로회의, 호법원, 선관위를 인정할 수가 없다. 이 상황에서 각 시도교구 종무원장스님들은 구종위원회 상임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함께 새판을 짜는 일정으로 일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모두들 동참해서 종단이 안정되고 종무정상화를 기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는데 동참해야 하고, 이제 새로운 태고종 건설을 위해서 모두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세대들이 많이 참여해서 시대에 부응하는 종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선<행정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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