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과 같은 지구촌 시대에 옹졸하고 편협한 마음으로 정치적 이유로 경제보복을 하는 아베정권의 수출규제정책을 규탄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수출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같은 동아시아불교권입니다. 삼국시대에는 대륙으로부터 수용한 불교문화를 한반도에서 섬나라 일본에 전해준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비단 불교문화뿐이겠습니까. 역사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반도에서 일본열도에 전파한 사상과 문화는 너무나 큰 문명의 흐름이었습니다. 오늘날 일본인들은 차를 즐겨 마시는데 이런 차 문화와 도자기 제조기술은 한반도에서 전수한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오랜 역사에서 이웃 나라로서 상호교류하면서 발전해왔습니다. 삼국시대에는 한반도의 고승대덕들이 일본 열도에 심오한 불교사상을 전파해 주었으며, 심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무심하게도 일본은 임진란을 일으켜 한반도를 유린했으며 많은 사찰을 화재로 소실하게하고 문화재를 파괴했습니다. 구국의 성웅 이순신장군이나 의승병 대장 사명대사는 왜적을 물리쳐서 나라와 백성을 도탄에서 구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교가 숭유억불로 피폐하고 구한말에 이르러 승려들이 도성출입을 하지 못했을 때, 일본승려들의 건의로 도성출입이 허용되고 조선불교가 근대화할 수 있는 역할을 해 주었음은 고마운 일이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조선불교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음은 숨길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불교적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매우 긴밀한 유대를 해왔으며 근대불교학 연구에 있어서 일본 불교학 연구가 한국불교학 연구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도 상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런 역사적 애증관계인 한국과 일본은 현대 경제관계에서 상호협력하면서 발전해 온 것입니다. 뜻하지 않게 일본 경제 산업성은 7월 1일부터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과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일본 업체가 대한민국 기업에 자유롭게 수출했는데 4일부터 일본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제보복은 글로벌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 아니라, 한 나라의 수출관리운용수준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일본정부의 작태는 설득력이 없는 아베 정권의 의도적 경제공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날과 같은 지구촌 시대에 옹졸하고 편협한 마음으로 정치적 이유로 경제보복을 하는 아베정권의 수출규제정책을 규탄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수출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불교문화, 차 문화, 도자기 제조 기술 등을 전수했던 과거의 역사를 무시하고 문화대국에 대한 배은망덕한 일본 아베 정부의 소승적인 경제보복 정책을 규탄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양국의 수출관계가 정상화되기를 촉구합니다.

                   불기 2563(2019)년 8월 13일

               한국불교 태고종 총무원장 편 백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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